12일 오전 서울 압구정동 사무실에서 만난 정재훈 플랫폼파트너스자산운용 대표는 주주행동주의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정 대표는 “행동주의 펀드의 존재의의는 수익자에게 수익을 내는 것”이라며 “기업의 본질을 꿰뚫어보고 행동에 나섰다면 주가는 당연히 올라간다”고 강조했다.
맥쿼리 수긍할 수 밖에 없었던 案 제시…회사와 주주 모두 ‘윈윈’
국내 자산운용사인 플랫폼운용은 설립한 지 4년된 곳으로 지난해 맥쿼리인프라를 대상으로 운용사 교체를 제안하는 등 주주행동주의에 나서면서 세간의 주목을 받은 곳이다. 비록 운용사 교체 안건은 주주총회서 부결됐지만 맥쿼리인프라는 플랫폼운용의 요구대로 운용사에게 지급하는 기본보수 수준을 낮추고 성과보수도 폐지하기로 했다. 이에 맥쿼리인프라의 주가는 지난해 연초 8000원대 초반에서 최근 1만원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올랐다. 플랫폼운용은 맥쿼리인프라를 담았던 헤지펀드펀드 중 1·2·4·5호를 청산하고 현재 2·3호만 운용중인데, 이들의 연환산 수익률은 27%대에 이른다.
정 대표는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는 운용사의 변경이 아니라 보수인하였지만 자통법(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상 주주총회에서 보수인하를 요청할 수 있는 근거가 없어 운용사 교체를 요구한 것”이라며 “우리로썬 원하는 결과를 얻고 주주분들도 주가가 많이 올라서 ‘윈윈(Win Win)’인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맥쿼리인프라를 상대로 성과를 올린 플랫폼운용이지만 처음엔 시장의 눈초리가 따가웠다. 정 대표는 “글로벌기업을 상대로 우리가 나섰을 때 성과보수가 폐지되는 등 성과를 낼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이 많지 않아서 지난해 초엔 주가가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며 “이후 맥쿼리 측이 운용보수 인하하겠다고 밝히자 배당락 이후에도 52주 신고가를 찍기도 했다. 주가는 모든 것을 말해주는 함수”라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특히 코스피 지수가 연간 17%나 떨어진 지난해 이같은 성과는 괄목하다는 평가다.
행동주의 나선 뒤 주가 안 오르면 본질 꿰뚫지 못한 것
정 대표는 “행동을 했는데도 주가가 오르지 않았다면 우리가 꿰뚫어봤다고 생각한 본질이 본질이 아니었던 것에 지나지 않다”며 “산업의 본질을 꿰뚫어보지 않고 단순히 지배구조를 뜯어보고 장부가를 재평가해 ‘배당해라’ ‘자회사 팔아라’ 해서는 주가가 오르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최근 한진칼 대표이사의 퇴진을 요구하고 나선 ‘강성부펀드’ KCGI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정 대표는 “행동주의에는 주주들이 일어나면서 경영자의 입장에서 조심하게 되는 긍정적 측면도 있다”면서도 “KCGI가 회사 성장을 가로막는 ‘본질’을 꿰뚫어 본 뒤 회사 가치를 올렸는지 여부는 나중에 주가가 모두 말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소수·약자·공감, 세 가지 키워드를 앞세운 플랫폼운용은 현재 약 500억원이 모여있는 펀드로 인게이지먼트(주주관여) 펀드를 준비 중이다. 정 대표는 “소수 주주들을 위해 행동주의를 했고, 약자를 위해 그들의 발이 되어주는 버스에 대체투자했으며 노후에 대한 고민에 공감해 월지급식 인컴펀드를 판매했다”며 “올해도 세 가지 키워드에 걸맞는 깜짝 놀랄 만한 펀드를 준비 중”이라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