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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가에선 미·중 무역분쟁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완화되고 반도체업종의 저점 탈피 기대감에 외국인들의 자금이 몰리고 있다는 분석과, 신흥국 투자여건이 개선되면서 아시아 신흥국 전반에 대한 매수세가 몰렸을 뿐 한국 시장에 대한 베팅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분석이 맞서고 있다.
외국인 올초 이후 6조원 순매수…“불확실성 완화되며 ‘바이코리아’”
11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달 들어 코스피시장에서 외국인은 총 1조 7760억원 가량의 순매수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10일을 제외하고 이달 하루도 빠짐없이 순매수세에 나서며 강한 자금 유입세가 나타나고 있다.이에 따라 코스피지수도 지난달 29일 이후 10거래일째 상승했다. 2009년 7월 14∼28일에 11거래일 연속 오른 이후 약 10년 만의 최장기간 오름세를 이어간 것이다.
외국인들의 순매수세는 연초부터 시작됐다. 코스피시장엔 △1월 4조 500억원 △2월 1408억원 △3월 3009억원의 외국인 자금 유입이 이뤄졌다. 연초 이후 외국인 자금만 6조원 넘게 몰린 건데, 이는 지난 한 해 외국인이 코스피 시장에서 매도한 금액(5조 7000억원)을 넘어서는 규모다.
대내외 불확실성 완화에 따른 자금 유입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은택 KB증권 주식전략팀장은 “기업이익은 좋지 못하지만 추정치의 하향속도는 확연히 둔화되고 있고, 미·중 무역분쟁 타결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어 그간 피해가 가장 컸던 한국 증시가 수혜를 보는 것”이라며 “패시브 자금으로 보기엔 외국인들이 종목들을 골고루 담고있지 않아서 외국 밸류펀드들이 자금을 집행하면서 기존에 선호하는 초대형주, 즉 반도체주를 사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반도체 저점 탈피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도 자금 유입의 계기가 됐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김중원 현대차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반도체 업황이 안 좋다는 우려가 계속 나왔었는데 1분기 그 우려가 정점을 찍고 저점 탈피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는 것 같다”며 “하반기와 내년을 준비하며 미리 매수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짚었다.
“신흥국 외국인 자금 몰려 한국에도 유입됐을 뿐…앞으론 힘들다”
반면 외국인들의 자금 유입이 한국 시장 및 반도체 업종의 장밋빛 전망에 의한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글로벌 통화정책, 미·중 무역분쟁 완화무드에 따라 신흥국에 대한 투자가 증가하면서 신흥국 바스켓에 담긴 한국에도 자금이 들어오는 것뿐이라는 것이다.
외국인 자금 중 최근 패시브성 투자 규모가 커지면서 한 국가 또는 한 종목에 베팅하는 경우는 예전에 비해 많지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미·중 무역협상에 대한 기대감이 살아 있는 상황에서 미국이나 유럽에서 발표된 경제지표도 좋아 신흥국에 우호적인 투자환경이 만들어졌다”며 “한국 증시만 사면 우리나라 증시의 매력이라고 볼 수 있지만 아시아 증시에 전반적인 매수가 이뤄지고 있어 한국 시장의 매력이 높아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반도체 업종에 대한 매수 역시 이렇게 흘러들어온 패시브자금이 사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향후 외국인 매수세가 이어질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이진우 팀장은 “전반적으로 매크로 환경을 감안했을 땐 중국 경기에 대한 바닥 기대감이 있어 외국인 자금 유입이 계속 이어질 순 있다”면서도 “5월부터 시작되는 중국 A주 확대편입 이슈의 영향을 받아 매수 속도는 둔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경민 팀장은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5월달에는 MSCI 신흥국지수에서 한국 비중이 줄어들기 시작해 외국인 태도가 변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