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재석 바른세상병원 신경외과 전문의] 직장인 권모(42)씨는 몇년 째 엉덩이와 다리에 저림 증상과 콕콕 찌르는 듯한 통증이 있었다. 평소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긴 권씨는 혈액 순환이 안돼 그러는 줄 알고 그럴 때면 족욕을 하거나 파스를 붙이곤 했다. 그러다 최근들어 다리 저림 증상이 자주 나타났다. 평소처럼 앉아 있거나 걸
어 다닐 때도 통증이 느껴졌다. 진단 결과 ‘허리디스크’(추간판 탈출증)였다. 허리 통증보다 엉덩이와 다리 쪽에 통증이 더 심했던 권 씨는 허리가 문제라는 진단에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허리디스크는 추간판이 돌출하거나 터져나오면서 신경을 압박해 허리나 골반, 다리에 통증을 유발하는 질환이다. 그래서 허리 병이지만 권씨처럼 다리 저림이나 엉덩이 저림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많다. 다리나 엉덩이로 가는 신경이 허리에서 나가기 때문이다. 허리를 다치거나 별다른 통증이 없더라도 다리 저림 증상을 지속한다면 허리디스크를 의심해야 한다. 환자에 따라 요통이 주로 나타날 수도 있고, 다리 통증이 주 증상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디스크가 의심될 때 손쉽게 할 수 있는 자가 진단으로 하지직거상 검사법이 있다. 똑바로 누운 자세에서 무릎을 구부리지 않고 다리를 뻗어 들어올리면 다리가 땅기거나 통증을 느끼게 되는데, 정상인의 경우 70~80도에서 통증을 느끼지만 디스크 환자인 경우 더 낮은 각도에서 통증을 느낀다. 또 허리디스크는 척추관협착증과 증상이 유사해 자주 헷갈리는데, 척추관협착증은 허리를 앞으로 숙이면 증상이 완화하는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해당 검사만으로 디스크 여부를 확진하기 어렵기 때문에 디스크가 의심된다면 병원을 찾아 보다 정밀한 검사를 병행해야 한다.
초기 디스크의 경우 안정을 취하면서 물리치료와 함께 소염진통제·근육이완제 등 약물치료로도 증상을 호전시킬 수 있다. 하지만 꾸준한 보존적 치료에도 극심한 통증을 지속하거나 디스크가 심각한 경우 수술적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정확한 진단 후 수술이 꼭 필요한 경우라면 자신의 뼈와 인대, 근육을 최대한 살리는 최소 침습 치료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과거에는 허리 수술은 무조건 안 하는 게 좋다는 인식으로 고통을 참는 이들이 많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기존 치료 방법의 단점을 개선한 척추 내시경술이 척추질환자들 사이에서 각광받고 있다. 작은 구멍을 통해 수술이 이뤄지기 때문에 흉터가 작고 회복 속도도 빠르며, 입원 기간이 짧다. 또한 고령자나 만성질환자도 안심하고 수술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평소 꾸준한 허리 근력 강화 운동을 통해 유연성과 주변 인대, 근육을 키워 디스크를 예방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