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룡 파랑새안과 원장] 초고령 사회의 문턱으로 접어드는 시점에서 노인성 질환의 증가는 필연적이다. 눈 또한 노화의 영향을 비켜갈 수 없는 기관이라 고령화 추세를 진료실 안에서도 실감하고 있다. 실제로 국내 황반변성 환자는 계속 증가해 2020년 기준 20만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노인성 안질환으로 인한 시력저하는 일상적인 불편함뿐만 아니라, 치명적인 낙상이나 우울증의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여기고 적극적인 검진과 치료를 권고해야 한다.
| 김창룡 파랑새안과 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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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성 안질환 중에서도 황반변성(AMD)은 실명의 위험이 있는 대표적인 질환이다. 황반변성은 망막의 중심부이자 중심 시력을 담당하는 황반에 변성이 생기는 질환으로 전 세계적으로 실명 원인 질환의 세번째를 차지한다. 황반변성은 건성(dry)과 습성(wet)으로 나뉘며, 이 중 습성 황반변성은 황반변성으로 인한 실명의 90% 이상을 차지한다고 알려져 있다. 병이 진행되면서 사물이 뿌옇게 보이거나 암점이 생기고 선이 구부러져 보일 수 있는데 초기에는 이러한 증상도 뚜렷하지 않아서 단순 노안으로 오해하는 분들이 많다. 50대부터 정기적인 안과 검진을 강조하는 이유다.
다행히 적절한 시기에 황반변성을 발견하고 치료를 받으면 시력을 유지하거나 개선할 수 있다. 이는 항-혈관내피세포성장인자(VEGF) 주사라고 하는 항체 치료제의 역할이 크다. 실명 위험이 높은 습성 황반변성의 경우, 시력 개선과 유지를 최우선 목표로 치료하는데 항-혈관내피세포성장인자 주사는 신생혈관의 발생과 증식을 억제해서 습성 황반변성의 진행을 늦추고 시력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 다만 항-혈관내피세포성장인자 주사는 환자가 얼마나 꾸준히 치료를 지속하는지에 따라 그 효과가 좌우된다. 완치가 되는 질환이 아니어서 재발과 악화가 일어나지 않도록 지속적인 치료와 관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길고 긴 황반변성과의 싸움에서 환자가 지치지 않고 장기간 치료를 이어 가기 위해서는 환자의 부담을 줄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에는 환자 상태에 맞춰 주사 투여 주기를 조절할 수 있는 치료 전략을 사용해 치료 부담이 줄어들었다. 1~3개월에 한번 일정한 주기로 주사하는 ‘고정주기 요법’은 병원 방문이 잦아 부담이 크고 환자의 상태에 따라 치료가 부족하거나 과잉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존재했다.
반면 ‘치료 주기 연장 요법(Treat and Extend, T&E)’은 환자마다 치료 경과가 다르다는 점에 착안해 개인 맞춤형으로 주기를 조절하는 치료 전략이다. 시력개선 효과는 치료 주기 연장 요법을 진행해도 고정주기 요법과 유사하다. 치료 주기 연장 요법은 치료 시작 첫 3개월 간은 매월 1회 주사하고, 이후에는 환자의 상태에 따라 다음 투여 간격을 연장하거나 축소한다. 치료제에 따라 최대 16주(4개월)까지도 주기를 연장할 수 있어 치료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한, 환자의 상태에 따라서 4주까지 주기를 줄일 수도 있어 경과에 따라 유연하게 치료할 수 있다.
여기서 또 하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치료 중 발생하는 부작용 위험이다.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하면 치료를 중단하거나 치료 효과가 한순간에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또한 시력은 손상되면 다시 되돌릴 수 없다는 점에서도 의료진과 환자 모두 부작용 발생 가능성에 대해 민감해야 한다. 특히 망막혈관폐쇄와 같은 부작용은 발생 시 심각한 시력 저하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치료제 자체의 안전성도 고려할 필요가 있으며, 이상 증세가 발생하면 즉시 병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몇 번을 반복한다 해도 눈에 투여하는 주사 치료를 쉽게 받아들이는 환자는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황반변성 환자들이 그 순간을 극복하는 모습을 매일 진료실에서 마주하고 있다. 아마도 소중한 가족, 친구, 풍경을 놓치지 않고 눈에 담고자 하는 간절함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 소망을 지키기 위해 모든 황반변성 환자들이 부디 치료를 지속적으로 이어 나가고 포기하지 않기를 바란다. 올해는 이들에게 더 밝은 빛이 앞날을 밝혀줄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