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은 이동통신시장에서 점유율 1위의 지배적 사업자라서 새로운 요금제를 출시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인가가 필요하고, 2위와 3위 사업자인 KT와 LG유플러스는 신고 대상이다.
정부, 같은 데이터양 기준 LTE보다 저렴한 5G요금제 반려
10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안팎에 따르면 SK텔레콤이 지난 5일 이용약관심의자문위원회에 제출한 5G 요금제는 최하 구간이 ‘월 7만5000원(부가세 포함, 25% 요금할인 이전)에 데이터 150GB’ 제공이다. 이를 같은 SK텔레콤의 LTE용 ‘T플랜’ 요금제와 비교하면, 비슷한 요금 수준에서 5G요금제 데이터 제공량이 LTE용보다 많다. 월6만9000원(부가세 포함, 25% 요금할인 이전)인 ‘T플랜 라지’의 경우 100GB의 데이터를 제공하는데, 이를 150GB에 적용하면 월 10만3500원이 되기 때문이다. 단순 비교하면, 같은 데이터양을 기준으로 했을 때 5G 요금제가 LTE보다 월 2만8500원 저렴한 셈이다.
과기정통부와 이용약관심의자문위원회 자문위원들 역시 SK텔레콤이 제출한 5G 요금 수준이 높아서 반려한 게 아니고 “SKT가 신청한 5G 요금제가 대용량 고가 구간만으로 구성돼 있어, 대다수 중·소량 이용자의 선택권을 제한할 우려가 컸기 때문”이라고 밝혔지만, 업계와 국회에서는 정부 의도를 의심하고 있다.
옛 정보통신부 시절부터 지금까지 정부가 약관인가를 심의하면서 ‘반려’ 보도자료를 낸 것은 처음이다. 지금까지는 인가 과정에서 정부와 통신사가 협의해 방향을 맞춘 뒤 자문위에 올렸었다.
자문위원들조차 보도자료 배포 사실을 이후에 알았다는 점, 자문위원들에게 회의 일정을 알리는 연락을 한 것도 회의 개최 불과 나흘 전이어서 충분한 심의가 불가능했다는 점도 비판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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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배 과기정통부 기획조정실장은 지난 7일 2019년 업무계획 브리핑에서 “자문위에서 저가 구간이 없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의견이었다. (SK텔레콤이 다시 제출하면) 전체적으로 검토하겠다. 이용자와 사업자간 균형을 맞춰주면 된다”고 말했지만, 5G가 어떻게 진화할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10명 안팎의 자문위원들이 국민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요금제를 사실상 결정하는 데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지난 5일 자문위원 대다수는 5G에서도 데이터 소량 이용자를 위한 요금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었지만, 우리나라에는 이미 훌륭한 LTE 서비스가 있고 5G 단말기 가격도 140만원(갤럭시S10 5G)·230만원(갤럭시 폴드)이나 되는 상황에서 한 달에 데이터를 10GB 이하로 쓰는 사람을 위한 5G 요금제가 지금 당장 필요한가 라는 의견도 있었기 때문이다. 데이터 다량 이용자에 대한 우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한 자문위원은 “이용자가 어떤 마음일지 모르니 데이터 소량 이용자를 위한 5G요금제도 필요하다”고 말했고, 다른 자문위원은 “풀라인업 요금제는 겉으로는 당연해 보이나 비싼 단말기를 쓰는 매니아들이 중심인 초기 5G에서 보편적 접근권을 이야기하는 건 좀 이상하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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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자문위원은 “5일 오전 회의 이후 점심을 먹으면서 보도자료를 낸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고, 또 다른 자문위원은 “5G 요금 수준에 대한 논의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부는 보도자료에서 ‘자문위의 (데이터 이용) 중·저가 구간 신설 권고 사실’을 밝혔지만, 자료 배포에 대한 협의는 이뤄지지 않은 셈이다.
따라서 정부가 미리 보도자료 내용을 정해두고 자문위 심의를 유도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요금 수준이 아닌 요금제 구간이 문제 됐음에도 이를 충분히 설명하지 않아, 요금인가제가 폐지돼 정부에 인가 권한이 사라지면 기업들이 통신료를 올릴 것이라는 인가제 폐지 여론을 형성하려 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국회 관계자는 “5G 요금제는 일단 인가제로 시작할 수밖에 없지만, 요금은 시장의 자율경쟁을 통해 결정돼야 한다”며 “지금까지 인가제로 사업자 간에 안 좋은 담합이 만들어졌기에 인가제 폐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LTE 요금제를 보면 월3만3천원(25% 요금할인 이전)에 데이터 1GB~1.3GB를 주는 등 3사가 유사하다. 5G 요금제 역시 정부가 SK텔레콤 요금제를 인가하면(행정 지도하면) 이를 기반으로 KT나 LG유플러스도 비슷한 요금제를 낼 가능성이 크다.
요금인가제 폐지법안은 변재일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발의했고, 박선숙 의원(바른미래당)도 이르면 이번 주 법안을 발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