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럽게 걷지 못하는 상황에서 우리 몸과 마음은 급격하게 무너진다. 교통사고를 당하거나, 척추 수술을 하여 걷지 못하는 상황에 잠시라도 놓이게 되면, 많은 환자들이 우울증을 만나게 된다. 인간에게 있어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지 못한다는 경험을 하게 되는 것이다. 단지 걷지 못한다는 한 가지 이유만으로도 우울증에 빠져든다. 그리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첫 시도는 바로 걷기이다. 걷기는 비단 우울증의 문제만은 아니다. ‘모든 병의 90%는 걷기를 통해 회복된다’라는 책에서는 걷기가 당뇨와 고혈압과 같은 생활습관병, 불면증과 우울증 같은 정신장애, 천식이나 류마티즘, 감기와 위장 질환의 치유를 돕고, 심지어는 암의 기대 수명을 늘리는데 기여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조금 더 적극적으로는 ‘나는 병을 고치기 위해 산으로 간다’의 책처럼 병의 치료에 직접적으로 걷기를 선택하기도 한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은 ‘하루 만 보, 2시간 걸어 봐야 운동 효과는 제로’라는 신문 르포를 가지고, 걷는 행위는 그저 칼로리만 소모할 뿐 운동 효과는 없다고 주장한다. “맞다” 걷기는 단지 운동 효과만을 위한 행위가 아니다. 더 많은 목적을 가지고 걷기를 하는 것이다.
◇ 그렇다면 어떻게 걸어야 할 것인가?
△ 걷기는 호흡과 같이 너무나도 일상적인 행동이기 때문에 어떤 자세가 좋은 것인가 이전에 이미 자신의 걷기 습관이 어떤지를 점검해 보아야 한다. 그리고 장기간 걸을 수 있는 자세, 마치 명상의 가부좌 자세와 같이 처음에는 약간 불편할 수도 있지만, 가장 이상적이고 안정된 자세를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
△ 처음에는 천천히 발뒤꿈치부터 시작하여 발바닥, 발가락의 3단계로 나눠진 보행을 하고, 익숙해지면 점차 속도를 내고, 자신의 보행 리듬을 찾아 나간다.
◇걸으면서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 그 가운데에는 명상과 여행이 있다.
△ 명상은 걷기를 하면서 할 수 있다. 걷기 명상을 할 때, 우선적으로 조금은 느린 속도가 필요하다. 자신에게 맞는 최적의 걷기 리듬을 찾는 것이 목표이기도 하겠지만, 어느 정도의 속도에서 자신의 받아들임, 알아차림이 가능한지를 알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걷는 동안 의도적으로 오감으로 느끼는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지를 판단하고, 이후 점차 속도를 높여 자신의 한계에서 속도를 정하면 된다. 이후에는 자신의 마음의 흐름에 따라 때로는 빨라지고, 때로는 늦어질 수 있다. 그러면서도 내가 알아차림을 잘 하고 있는지 점검을 수시로 한다. 시간이 휙 흘러가지 않도록 반복적으로 알아차림을 한다.
△ 여행은 걷기의 백미다. 걷기를 통해 어디든 갈 수 있고, 무엇이든 느낄 수 있다. 걷기에 의미와 재미가 더해지는 것이다. 일반 여행과 달리 걷기 여행은 걷기라는 행위가 특징이다. 그것은 일반 여행에 비하여 훨씬 느린 여행이고, 여행을 하는 동안 온전히 여행과 걷기에 집중하는 것이고, 또 기억에 남을 정도의 속도에서 머무르는 것이다.
김종우 강동경희대병원 한방신경정신과· 화병스트레스 클리닉 교수는 “홧병 환자에게 마음속의 응어리를 풀어가는 방법으로 걷기를 추천한다”면서 “걷기는 억울함이 쌓여있는 두 사람의 화해 방법에 적용되는데, 걷다보면 서로의 속마음을 터놓게 되고, 이해를 하고, 용서에 이르기도 한다. 걷기는 인간의 본성이고,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창조적 행위다. 걷기를 통해 질병을 극복하고, 건강을 회복하고, 자신의 가치와 행복을 추구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