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부터 4박 5일간 열린 다보스 포럼에서도 ‘파편화된 세계에서의 협력(Cooperation in a Fragmented World)’이란 주제에 맞게 무역 제재, 분열에 대한 우려가 쏟아졌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파편화로 인해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7%에 해당하는 규모 만큼 생산량이 감축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는 독일, 일본의 GDP를 합한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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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에 따르면 글로벌 상품·서비스·금융 등의 교역은 2021년 37조달러 수준으로 10년 전인 2011년에 비해 10조달러 가량 증가했다. 다만 2021년은 코로나19에 따른 봉쇄 조치 등이 사라지면서 30조달러를 훌쩍 넘은 것일 뿐 지난 10년간 30조달러 안팎에서 제자리 걸음을 걸었다.
반면 글로벌 무역 제재는 급증세를 보였다. 작년 제재 건수는 2500건으로 10년 전 500건도 안 됐던 것에서 무려 5배 이상 급증했다. 특히 코로나19가 무역 제재 등 파편화 현상을 강화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까지만 해도 무역 제재 건수는 1000건이 안 됐으나 2020년 1500건을 훌쩍 넘어서더니 2021년엔 2500건에 근접할 정도로 폭증했다.
코로나19로 인해 글로벌 밸류체인(GVC) 재편이 ‘비용 절감’에서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로 변화한데다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기술력 확보를 위해 자국 우선주의가 강화됐다. 이에 따라 미국과 중국간 패권 다툼이 지속되는 가운데 작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서방국가와 러시아간 제재가 격화되면서 신냉전 체제에 불이 붙였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코로나19 이후 기업 실적 발표 과정에서 ‘리쇼어링(reshoring)’, ‘온쇼어링(onshoring)’, ‘니어쇼어링(near-shoring)’이란 단어의 언급이 거의 10배 증가했다”고도 말했다. 인건비 절감 등 비용 감축을 위해 해외로 뻗어나갔던 공장 및 설비투자 등을 자국으로 되돌리는 현상이 강해졌다는 의미다. 다보스포럼에 참석한 글로벌 포장업체인 실드에어의 테드 도헤니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에서 “한때 기업 임원들은 ‘저비용 국가’에 제조업을 배치하는 것에 대해 생각했지만 지금의 목표는 고객에게 가까운 저비용 지역을 찾는 것이 됐다”고 말했다.
파편화 피해 ‘亞 소규모 개방 경제’에 가장 큰 타격
기타 고피나스 IMF부총재는 WSJ를 통해 “IMF는 지리경제적인 파편화를 걱정하고 있다”며 “미국과 중국간 기술 격차, 전기차 보조금을 둘러싼 미국, 유럽간 긴장, 전쟁으로 인한 혼란과 석유·가스 시장의 비효율 등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파편화가 심해질 경우 선진국의 저소득 소비자는 더 저렴한 수입품에 접근할 수 없게 되고 소규모 개방 경제는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며 “아시아 지역은 무역 개방도가 높아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역시 파편화에 가장 큰 피해를 입을 나라로 꼽힌다. 우리나라는 최대 수출국이 중국(26.9%, 2022년 기준)과 미국(16.1%)인데 양국간 무역분쟁이 일어날 경우 최대 피해국이 될 수 있다.
특히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우리나라 생산 공정에서 중국 공급망(GVC) 의존도가 주요국의 두 배 수준에 달한다. 작년 한국은행이 발표한 ‘우리 경제 수입공급망 취약성 분석’에 따르면 전체 수입 품목 5381개 중 39.8%, 2144개가 주로 특정 국가에서만 수입돼 공급망 단절에 취약한 품목으로 조사됐는데 이중 29.1%가 중국으로부터 수입됐다. 반면 최대 주력상품인 반도체 검사·제조용 장비에 필요한 수입품은 미국에 의존한다. 미국은 반도체 제조용 장비 생산 점유율이 41.7%로 세계 1위다. 결국엔 다자간 무역협정 등을 통해 안정적인 수입 공급망을 확보해야 한다는 게 해결책으로 거론된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파편화가 심해질 경우 신흥국, 개발도상국이 선진국의 경제 소득을 따라가는 데 더 오래 걸릴 것”이라며 “국제 무역 체제를 강화하고 부채 취약국 지원, 기후 행동 강화 등을 추진하면서 신뢰를 재건하고 국제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