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미투]늘어난 소통채널, 젊은층 인식변화…침묵 깨고 확산

SNS 등 다양한 채널로 연예인 학폭 사실 폭로
연예인 인성 중시 풍토, 청년세대 어려움 등도 한몫
  • 등록 2019-05-31 오전 6:21:00

    수정 2019-05-31 오전 8:45:19

온라인에는 학교폭력 미투 방식에 대해 문의하는 글이 올라오기도 한다 (사진=온라인 갈무리)
[이데일리 박순엽 손의연 기자] 최근 연예인으로부터 학교폭력을 당한 사실을 폭로하는 이른바 `학폭 미투`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피해자들이 침묵을 깨뜨린 배경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온다.

기존에도 연예인들의 학교폭력 사실을 폭로하는 경우가 있었지만 이번 만큼 폭발적인 반응이 나오진 않았었다. 전문가들은 일반인이 대중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채널이 발달한 것과 버닝썬 사태 등 일련의 사건들로 유명인의 인성을 중요시하게 된 사회적 분위기가 그 원인인 것으로 보고 있다.

소통채널 다양화…피해자와 방관자, 침묵을 깨다

인기 연예인의 일진설이 화두에 오르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과거에도 유명 아이돌에 대한 일진설이 간간이 화제가 됐다. 그러나 최근에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 ‘미투’·‘빚투’와 같이 ‘학폭투’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연예인에게 당한 학교폭력 고백이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나오고 있다.

이 같은 배경에는 젊은 세대의 미디어 이용 형태가 유튜브, 유명 커뮤니티, 소셜네트워크(SNS) 등으로 변화한 데 있다. 일반인도 대중에 의견을 표출할 수 있는 채널이 활성화된 것이다.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최근 학폭투를 하는 20~30대는 이들이 기존 세대와 미디어를 이용하는 방식과 의사를 표현하는 방식이 다른데 학폭투는 이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며 “다만 해당 내용이 허위일 경우 위험할 수 있는 문제를 안고 있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학폭투, 청년세대가 받아들이는 분위기도 달라져

학폭투가 열광적 반응을 얻은 데에는 연예인을 바라보는 시각이 과거와 달라진 이유도 있다. 과거 연예인 외모나 능력만을 중요시했지만 최근에는 인성도 중요한 인기 요인으로 작용한다. 특히 최근 버닝썬 사태도 이에 영향을 끼쳤다. 최상급 인기를 누리던 연예인들의 도덕적 결함이 드러나며 대중이 배신감을 더 크게 느꼈다는 것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지금까지 연예인은 능력으로 평가받아왔지만 지금은 그 이외 인성적인 면이 그 자체로 경쟁력이 됐고, 미디어 환경이 달라져 인성 논란을 가릴 수 없게 됐다”라며 “연예인의 학창시절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인성 검증이 이뤄지고 있는 건 당연한 흐름이다”고 분석했다.

청년세대의 특징도 이런 폭발적 반응을 얻은 원인으로 꼽힌다. 최근 청년세대는 기성세대보다 입시와 취업 등에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큰데, 이러한 상대적 박탈감이 과오가 잇는 연예인의 성공을 인정하지 않은 밑바탕이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송재룡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최근 학폭투가 불거진 연예인과 동세대인 20~30대는 현실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성공한 연예인이 과거 잘못을 저질렀다고 하면 그에 대한 불만이나 질투심을 가질 수 있다”라며 “때문에 배반심을 더 크게 느낄 수 도 있고 집단적 공격이 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학폭투가 향후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정덕현 평론가는 “학폭이 연예계 집중돼서 이야기하지만 비단 연예계만의 문제는 아니다”라며 “학폭에 대한 사안들을 연예계를 통해서 이야기하지만 앞으로 피해자들이 나서서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도 만들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심 교수도 “연예기획사 등도 능력이나 기예에 치우친 교육이 아니라 실제로 인성적으로 완성형 인간을 키워야 한다는 깨우침을 얻었을 것”이라며 “과거의 실수든 잘못이든 자신의 삶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란 경각심을 가질 수 있어 사회적으로도 자정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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