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퀄테스트 진전"…공격투자로 미래기술 선점 본격화

DDR5 선단 공정 전환 가속…레거시는 축소
공격적 투자로 기술 경쟁력·리더십 확보 매진
연간 시설투자에 56.7조원…역대급 R&D 투자
기술력 확보에 총력…우수 인재 확보 노력 필요
  • 등록 2024-10-31 오후 5:37:27

    수정 2024-10-31 오후 7:01:03

[이데일리 김응열 김소연 조민정 기자] 삼성전자(005930)가 올해 3분기 실적 발표를 기점으로 미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심어줬다. 인공지능(AI) 수혜 품목인 고대역폭메모리(HBM)는 엔비디아 공급을 위한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고 차세대 HBM4 개발도 차질 없이 진행 중이다. 공격적인 공정 전환 시설투자와 연구개발(R&D) 투자로 선단 기술력 확보에 매진한다는 계획이다. 기술을 최우선에 놓는 투자에 집중한다는 경영진의 판단에 따른 결과로 읽힌다.

(그래픽=김일환 기자)
메모리 선방…일회성 비용에 파운드리 적자 영향

이날 삼성전자가 발표한 반도체 담당 DS부문의 실적은 매출액이 29조 2700억원을 기록했다. 메모리 매출만 떼어보면 22조 2700억원을 달성했다. 반도체 호황이 이어지던 2022년 3분기 수준의 성과를 올렸다.

DS 부문 영업이익은 3조8600억원에 그쳤다. 다만 메모리 영업이익은 7조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재고평가손 환입 규모 축소 등 일회성 비용에 파운드리·시스템LSI 사업부 적자를 감안하면 메모리에선 선방했다는 평가다. 차세대 DDR5 D램과 GDDR 판매가 늘었고 HBM 매출도 증가했다. 3분기 HBM 매출은 2분기보다 70% 뛰었다.

다만 DDR4 등 레거시(구공정) 제품에서 큰 이익을 내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업체들이 DDR4 시장에서 공격적으로 물량을 풀면서 제품 가격이 내려간 영향을 받았다. 실제 D램익스체인지 조사 결과 PC향 DDR4 8Gb의 지난달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전월 대비 17.07% 하락했다. 128Gb 낸드 가격도 지난달 4.34달러를 기록하며 전월보다 11.5% 떨어졌다.

DDR5·HBM4 등 차세대 반도체에 집중

삼성전자는 차세대 반도체 기술 리더십을 높일 수 있다는 기대감은 키웠다. 고부가 제품인 DDR5 공정 전환에 속도를 내겠다고 공식적으로 언급했다. 이익 확보가 어려운 DDR4 비중을 줄이고 수요가 늘어나리라 관측되는 차세대 제품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12단 HBM3E. (사진=삼성전자)
연내 엔비디아향 HBM3E 납품 가능성도 커졌다. 삼성전자는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현재 HBM3E 8단과 12단 모두 양산 판매 중”이라며 “주요 고객사 퀄(품질 테스트) 과정상 중요한 단계를 완료하는 유의미한 진전을 확보했고 4분기 중 판매 확대가 가능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안팎에선 삼성전자가 당장 SK하이닉스의 HBM 점유율을 따라잡기는 어렵겠으나 엔비디아의 HBM 수입처 다변화 필요성을 감안하면 물량은 늘어날 가능성이 농후하다. 엔비디아로선 HBM 공급망을 안정화하고 SK하이닉스와의 협상 과정에서 가격 주도권을 가져갈 필요가 있어서다.

김용석 가천대 반도체대학 석좌교수(반도체교육원장)는 “엔비디아 입장에는 HBM 공급을 한 곳에만 의존할 수 없다”며 “제 2의, 3의 공급사가 있어야 가격 조정이 가능하다”고 언급했다. 또 “그렇기 때문에 삼성전자 퀄 테스트 통과를 위한 협력을 할 수밖에 없다”고 부연했다.

차세대 제품인 HBM4에서는 삼성전자가 ‘원스톱 솔루션’으로 유리한 고지를 점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HBM4부터는 HBM 하단에 위치하는 베이스 다이가 단순한 연결 통로가 아닌 고객사 맞춤형 기능도 탑재하는 등 역할이 달라진다. 시스템 반도체 역할을 하는 셈이다. 삼성전자는 설계와 파운드리, 메모리 사업을 모두 하기 때문에 효율적으로 HBM4를 제작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형준 차세대지능형반도체사업단장(서울대 명예교수)은 “삼성전자는 HBM4의 설계부터 제조까지 다 할 수 있다는 점을 지속 강조할 필요가 있다”며 “HBM의 재료가 되는 D램 기술력도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술 위한 공격 투자…“우수 인재 확보도 필요”

(그래픽=김정훈 기자)
삼성전자는 차세대 시장에서 AI 메모리 판을 뒤집기 위해 공격적인 투자 기조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올해 시설 투자는 56조 7000억원 수준으로, 지난해보다 3조 6000억원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사업의 시설투자로 3분기 10조7000억원을 썼고 연간으로는 47조 9000억원이 예상된다. 지난해 48조 3700억원보다 소폭 감소하지만, 메모리 투자는 비슷하고 파운드리 투자 규모를 축소한다.

R&D 투자도 적극 밀어붙인다. 3분기 R&D 투자는 8조 8700억원을 기록했다. 역대 분기 중 최대 규모다. 미래 기술 확보에 승부를 걸겠다는 복안이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R&D투자에 28조 3400억원을 집행하는 등 투자를 매년 늘려오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 근로자가 업무를 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전문가들은 기술력 제고가 성과를 얻으려면 떠나가는 인재를 붙잡기 위한 방안도 준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근래 불거진 ‘삼성 위기론’으로 인해 삼성전자에서 SK하이닉스로 자리를 옮기는 인력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최근 삼성 엑소더스가 심각하다”며 “인재가 없으면 사업을 이어갈 수가 없다”고 우려했다.

김형준 사업단장도 “반도체는 여러 부서가 협업해 토론하며 통합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자유롭게 도전하고 함께 문제를 풀어가는 업무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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