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증여' 칼 빼든 국세청…결국 증여세도 올리나

작년 아파트증여 9만건 돌파…양도 대신 증여
"증여세율 올리자" vs "매물잠김 심화 부작용"
  • 등록 2021-01-28 오후 6:13:06

    수정 2021-01-28 오후 6:24:49

[이데일리 정수영 기자] 정부가 주택 양도가 아닌 증여 형태로 퇴로를 찾은 다주택자를 겨냥해 칼을 뽑아 들었다. 타깃은 지난해 주택을 증여한 다주택자다. 단순히 해당 주택 증여 부분만 보는 게 아니다. 증여자가 해당 주택을 최초 취득한 시점부터 최종 증여한 때까지 전 과정을 들여다보고, 탈세 여부를 파헤친다는 계획이다.

국세청은 28일 2021년도 전국 세무관서장회의를 열고 올해 ‘국세행정 운영방안’을 확정, 주택증여검증 계획을 발표했다. 국세청은 “지난해 주택 증여가 급증함에 따라 정밀 검증 필요성이 커졌다”며 “조만간 증여 주택 검증대책을 자세히 발표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촬영한 송파구 일대 아파트 밀집지역. [이데일리 DB]


국세청, 주택 증여 겨냥한 이유

국세청이 칼을 뽑아든 이유는 정부가 주택에 대한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를 동시에 강화하자 다주택자들이 증여 형태로 퇴로를 찾고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부동산원 거래원인별 아파트 거래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아파트 증여 건수는 9만1866건으로 1년 전에 비해 42.7% 증가했다. 2019년 증여 건수는 6만4390건이었다. 서울의 경우 아파트 증여건수는 2만3675건으로 전년도 1만2514건의 약 2배 증가했다. 아파트 증여는 통계를 처음 내기 시작한 2006년 이후 2016년까지 2만~3만건 정도에 그쳤다. 하지만 2018년부터 빠른 속도로 늘었다.

증여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이유는 양도세 강화 때문이다. 정부가 2018년 4월 이후 양도하는 주택부터 기본세율에 10%포인트 더 높이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제도를 도입하자 세부담을 느낀 다주택자들이 양도가 아닌 증여를 택한 것이다.

앞으로도 증여는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정부가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요율을 더 높혔기 때문이다. 오는 6월1일부터 다주택자가 집을 팔 때 양도세를 기본세율(6~45%)에 최대 30%포인트까지 추과로 부과한다. 부동산 보유에 대한 징벌적 과세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반면 증여세율은 10~50%로 다주택자 입장에선 매각 후 양도세를 내는 것보다 증여세를 내는 게 유리하다. 더구나 증여는 6억원까지 재산공제를 받을 수 있다.

앞으로 집값이 더 오를 것이란 기대심리로 매각보다 증여를 택하닌 이유다. 마포구 연남동 A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지금 집을 팔면 그 가격에 다시 사기 힘들다는 생각들이 강해 아예 남한테 팔기보다 자식한테 증여하려는 경향이 강하다”고 전했다.

증여세 인상카드 만지작

증여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자 증여세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지난해 7월 김현미 당시 국토교통부 장관도 한 방송에 출연해 다주택자들이 주택 처분을 안하고 증여를 한다는 지적과 관련해 “부동산시장 불로소득 환수 시스템이 필요하다”며 “관련한 대책을 검토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여당 내에서도 증여 관련 세금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윤후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정부에 ‘다주택자 편법 증여 등을 막기 위한 긴급 제안서’를 전달했다. 여기에는 조정대상지역 내 증여 주택 추가 할증 과세를 도입하는 방안이 들어있다.

전문가들은 오히려 부작용이 클 수 있다고 지적한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단순히 다주택자에게 징벌적 과세를 해야 한다는 생각만으로 양도세에 이어 증여세까지 올리면 매물 잠김현상이 더 강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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