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부모에게 학대당한 뒤 생후 16개월 만인 지난해 10월 사망한 고(故) 정인(입양 전 본명)이 사건 이후에 입양 사후관리에 대한 개선의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국내 아동인권·미혼모·한부모·입양인 단체는 18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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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순 한국한부모연합 대표는 “마음에 안 들면 아이를 바꾸거나 입양을 철회한다는 것은 입양 과정에서 아이들을 거래 대상으로 보는 입양기관과 다르지 않은 이야기”라고 비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신년 기자회견에서 “사전에 입양하는 부모들이 충분히 입양 감당할 수 있을지 상황을 잘 조사하고, 초기에는 여러 차례 방문해 아이가 잘 적응하고 있는지 판단할 필요가 있다”며 “입양 부모는 마음이 변할 수 있으니 일정 기간 안에 입양을 다시 취소한다든지, 입양 자체를 위축시키지 않고 활성화하면서 아동도 보호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논란이 이어지자 청와대는 입양 활성화를 위해 입양 확정 전 양부모 동의하에 관례로 활용하고 있는 ‘사전 위탁보호’ 제도 등을 보완하자는 의미인데 오해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앞서 정인이 입양을 담당한 홀트아동복지회(홀트)는 “입양절차에 문제가 없고, 사후관리도 매뉴얼에 따라 했다”고 밝혔지만, 학대 정황을 알고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의혹이 제기되면서 책임론이 불거졌다. 문 대통령은 지난 4일 정인이 사건과 관련해 “매우 안타깝고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면서 “입양 아동을 사후에 관리하는 데 만전을 기해 달라”고 지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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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는 “더 많은 입양을 보내는 것이 목적인 입양기관이 친생부모의 양육보다는 입양을 권유할 가능성이 높다”며 “입양 동의 전 상담을 누가 했는가에 따라 아동의 평생이 좌우될 수 있는 만큼, 입양기관에게 이 절차를 맡기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현행 입양특례법 제22조에 따르면 입양기관의 장은 입양기관이 아동을 인도받고 인도받은 날부터 입양이 완료될 때까지 아동의 후견인이 된다. 친권자의 친권행사는 정지되며, 친권자가 입양의 동의를 철회한 때에만 다시 친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단체는 “현실은 입양숙려기간이 지나면 입양기관이 아동을 인도해가면서 아동에 대한 권리를 전적으로 행사하고, 입양을 기정사실화 한 상태에서 절차를 진행하면서 친생부모는 아동의 소재와 신상에 관한 기본적인 정보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단체는 “그동안 입양절차에서 소홀히 다루어졌던 원가정 보호 원칙을 지켜야 한다”며 “입양 동의 전 친생부모의 상담과 입양 완료 전 아동보호는 입양기관이 아닌 공적 아동보호체계에서 담당하는 것으로 개선해 지원방안도 구체적으로 수립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단체는 “열 달 동안 정인이를 뱃속에 고이 품었다가 정인이라는 이름을 지어준 친생모가 자신이 양육할 수 있을 때까지 지원받을 수 있고 그동안 정인이를 맡아서 키워줄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을 알았더라면, 정인이는 가정위탁 등의 일시보호를 받다가 다시 친생모의 품으로 돌아가서 사랑받는 아이로 행복하게 살 수도 있었을 것”이라며 “어른들이 부족해 정인이에게 그런 기회를 만들어주지 못한 미안함과 아쉬움이 가슴을 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