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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날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폭스뉴스·CBS방송에 잇따라 출연한 자리에서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완전히 폐기하면 미국의 민간투자가 허용될 것”이라며 “북한의 에너지 망 건설과 인프라 발전을 미국의 민간 부분이 도울 수 있다”고 밝혔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의 “대동강 변에 트럼프 타워나 평양에 맥도날드를 열거나, 미국과 컨소시엄 합작사업을 진행했으면 좋겠다”는 발언과 비슷한 취지의 언급이 미 국무장관의 입에서 직접 나온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 대통령의 외교·안보라인의 양대 축인 볼턴 보좌관과 폼페이오 장관이 한날한시에 각각 ‘채찍’과 ‘당근’을 강조한 것으로, 이를 두고 ‘역할분담’을 통해 김 위원장의 ‘완전한 비핵화’ 결단을, 즉 비핵화 초기에 일부 핵탄두와 핵물질, 대륙간탄도미사일의 폐기를 촉구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머나먼 신뢰..김정은 ‘강한 의구심’
김 위원장이 미국의 빅딜 제안에 어느 정도 공감하면서도 ‘언제 뒤통수를 맞을지 모른다’라는 불안감을 가질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실제 14일 일본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최근 북·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에게 “미국이 비핵화를 종료하면 경제지원을 한다고 하지만, 약속을 지킬지 믿을 수 없다”며 비핵화 중간단계에서 경제지원을 받을 가능성을 타진했다고 한다. 요미우리는 외교소식통을 인용, “북·미는 협상에서 비핵화 완료 시기와 검증방법을 놓고 대립하고 있다”며 “비핵화 대가로 대규모 경제지원을 기대하는 김 위원장은 미국이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할 때까지 어떤 경제적 지원도 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점에 강한 불만을 품고 있다”고 분석했다. .
폼페이오, 백악관·김정은 중재 나섰나?
일각에선 폼페이오 장관과 김 위원장 간 회동 이후 이어진 양측간 물밑접촉이 속도를 내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으로선 내달 12일 싱가포르라는 북·미 정상회담의 시기와 장소까지 천명한 상황에서 어떻게든 ‘결과물’을 만들어 내야 하는 처지다. 그러나 김 위원장의 ‘결단’이 늦어지자, 볼턴 보좌관과 폼페이오 장관이 잇따라 ‘채찍’과 ‘당근’을 각각 들고 나왔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막후 조정자인 볼턴 보좌관이 ‘압박’, 실무책임자인 폼페이오 장관이 ‘회유‘라는 역할분담에 나섰다는 얘기다.
트럼프 외교안보 라인 내부에 미묘한 엇박자가 나오는 것에 주목하기도 한다. 김 위원장과 백악관을 이어주는 끈 역할의 폼페이오 장관이 백악관의 ‘선(善) 비핵화 후(後) 경제보상’ 원칙과 김 위원장의 ‘동시적·단계적’ 비핵화 조처 사이에서 접점을 찾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비핵화-체제보장·경제보상’을 2~3개의 큰 덩어리를 묶는 식으로 양측이 한 발씩 물러서는 선에서 타협이 이뤄질 수 있도록 폼페이오 장관이 중재에 나섰다는 얘기다.
한 소식통은 “양측 모두 ‘신뢰’를 쌓기에는 시간이 부족한 상태”라며 “향후 북한에 무게를 실어줄 중국의 입김도 작용할 수밖에 없는 만큼, 정치적인 ‘주고받기 식’ 타협이 이뤄질 공산도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