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도 내시경을?" 자격 확대 두고 의료계 '충돌'

암검진 내시경 인력 기준, 가정의학과·외과까지 확대
소화기내시경학회 반발…'다른 학회, 수련과정 불충분'
가정의학회, '특정과 배타적 독점, 국민 건강에 불필요'
  • 등록 2024-10-31 오후 3:12:26

    수정 2024-10-31 오후 9:36:46

[이데일리 안치영 기자] 내시경 전문인력 인정 기준을 두고 의료계 내분이 고조되고 있다. 기존 내과계열 학회 교육만 인정되던 조항이 외과·가정의학과까지 포함하는 방안으로 바뀔 예정이어서 관련 학회의 법적 대응까지 예고된 상황이다. 다만 의료계 안팎에선 내과에 한정됐던 조항을 정부가 처음으로 확대하면서 검진기관의 내시경 전문의 구하기가 한결 수월해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함기사와 무관함.(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31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내년 1월 1일부터 의원급 의료기관 검진기관 평가 항목에 내시경 전문인력 교육 기준이 바뀔 예정이다. 암 검진 의료기관 평가를 담당하는 국가 암 검진 전문위원회는 최근 대한가정의학회와 대한외과학회를 내시경 전문인력 교육이 인정되는 단체에 추가하기로 했다.

검진기관 평가는 3년 주기로 병원급 이상과 의원급 검진의료기관으로 구분해 시행된다. 일반검진, 영유아검진, 구강검진, 암 검진 분야에서 검진 기관으로 적합한지를 두고 평가한다. 평가 결과가 국민건강보험공단 홈페이지에 공개되고 최우수기관은 평가 면제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반면 일정 수준 이하의 판정을 계속 받으면 검진 업무 정지나 검진기관 지정 취소로 이어진다.

검진기관 평가 중 가장 민감한 조항은 인력 기준이다. 특히 전문의 기준은 의사를 구하기 어려워 기관 간 변별력이 가장 큰 항목이다. 현재 검진기관은 내시경 검사를 통해 수익을 얻는 경우가 많은데 일부 의료기관에서는 인력 부족으로 한 명의 내시경 담당 전문의가 하루 수십 건 이상의 검사를 진행할 때도 있다. 검진기관 관계자는 “여성 산부인과 전문의와 소화기내과 전문의는 사실상 부르는 게 값”이라고 했다.

이번 위원회 결정은 이같은 의료 현장을 일부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위원회 결정에 따라 가정의학과 전문의와 외과 전문의가 사실상 내시경 검사를 주도적으로 진행할 수 있게 됐다. 고용 인력 풀이 넓어지면서 일선 검진기관의 의사 인건비 부담도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외과와 가정의학과는 이번 결정을 반긴다. 가정의학회는 성명서를 통해 “모든 국민을 위해 내시경 검사의 표준화와 인증은 충분히 연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이를 위해 적정한 자격을 갖춘 모든 과에서 학술대회와 연수강좌는 동일 기준에서 인정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특정 과에서 배타적인 독점은 국민 건강을 위해서 좋지 않다는 것이 가정의학회의 입장이다.

반면 소화기내시경학회 등은 강력히 반발했다. 박종재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 이사장은 “매년 학회가 인정한 엄격한 수련기관으로부터 소화기내시경 세부전문의가 300명 이상 배출되고 있다”며 “내시경 수련과정이 불충분하거나 아예 없는 특정학회의 연수교육을 통해 국가 암 검진 내시경 자격을 부여하는 것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앞으로 소화기내시경학회는 법적인 조치까지 고려 중이다.

복지부 또한 고심에 빠졌다. 다만 질 관리만 된다면 특정과의 배타적인 독점을 풀어줘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이 기울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복지부 관계자는 “일단 각 학회 관계자들과 모여 조만간 의견을 청취하기로 했다”면서 “일정 수준 이상 되는 전문가가 의료행위를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게 기본 방침”이라며 “특정과가 배타적으로 (교육수련을)해야 질 관리가 되는지를 확인해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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