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지난해 2250억달러(원화 약 259조9880억원)에 이르는 사상 최대 규모의 해외기업 사냥에 대해 중국 당국자들의 경고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외환당국 고위 간부가 신중한 해외기업 투자를 주문했다. 위안화 평가절하를 방어하기 위해 해외로의 자본 유출을 통제하는 조치로 풀이되며 이로써 중국 자본의 크로스보더 딜(=국경을 넘은 해외기업 상대 인수합병)이 위축될 전망이다.
중국 인민은행 부행장 겸 중국 국가외환관리국(SAFE) 국장을 맡고 있는 판공성(潘功勝)은 21일(현지시간) 상하이증권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해외기업을 상대로 한 인수합병(M&A)는 때때로 가시 돋친 장미(=보기엔 그럴 듯 하지만 위험성이 있다는 뜻)가 될 수 있다”며 “중국 기업들은 해외 M&A 투자에 신중해야 하며 상당히 주의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 “해외기업 M&A 딜은 맨손으로 모래를 가득 움켜쥐는 것처럼 손에 쥐었다고 생각하는 순간 손가락 사이로 다 빠져나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지난 11일 중산(鐘山) 중국 상무부장과 그 다음날 저우 샤오촨 인민은행 총재가 내놓은 발언과 맞닿아있다. 중산 부장은 전국인민대표회의(전인대)에서의 기자회견에서 해외 기업에 대한 대규모 M&A를 두고 “맹목적이고도 비이성적인 투자”라고 부르며 크로스보더 M&A를 독려하던 정책기조가 바뀌었다는 점을 공식적으로 확인시켰다. 이어 “일부 기업은 그런 해외 M&A 과정에서 이미 값비싼 대가를 치르기도 했고 일부는 오히려 중국이라는 국가 이미지에 먹칠을 한 경우도 있었다”며 앞으로 이런 무분별한 M&A에 대해 감독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저우 총재도 기자회견에서 ‘최근 일부 중국기업들의 해외 M&A로부터 어떤 교훈을 받을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받은 뒤 “일부 기업들이, 특히 스포츠와 엔터테인먼트업종 등에서 정부의 해외 투자 원칙이나 요구사항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며 “이는 중국에 득이 되지도 않았고 상대국가로부터 불만을 사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중국 당국은 최근 계속되는 위안화 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 위안화를 해외로 유출하는 행위를 철저하게 차단하고 있다. 지난해 11월말에는 은행들을 비밀리에 소집해 500만달러 이상을 환전해 해외로 송금하는 경우 외환당국의 특별승인을 받도록 조치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