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글로벌 증시와 국제 유가의 극심한 변동성에 주가연계증권(ELS)과 파생결합증권(DLS)에 대한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특히 유가는 올해 고점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어 미상환금액이 최소 1조원에 달하는 원유 DLS는 대부분이 원금 손실(낙인·knock in) 구간에 진입했다.
19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세이브로)에 따르면 전날 공모 펀드 기준 서부텍사스원유(WTI) 미상환 DLS 규모는 9219억원, 브렌트유 미상환 DLS는 5367억원이다. 두 지수 모두 기초자산으로 삼는 DLS가 있어 중복 집계를 감안해도 미상환 규모는 최소 1조원 규모다.
| 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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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사실상 모든 원유 DLS에서 원금 손실 위험이 발생했다는 점이다. 사모 펀드까지 더하면 원금 손실 위험 발생 규모는 훨씬 늘어난다. 원유 DLS는 기준가격의 40~60% 미만으로 떨어지지 않으면 원금 손실은 발생하지 않도록 설계된다. DLS 만기는 2~3년으로, 그 사이 WTI는 40~70달러 사이였다. 배럴당 63.27달러로 올해 고점을 찍은 WTI는 18일(현지기준) 배럴당 20.37까지 가파르게 하락했다. 즉 그 기간 발행돼 중도상환되지 않은 DLS 대부분이 하한 베리어를 터치했다는 의미다.
ELS도 비슷한 상황이다. 낙폭이 큰 유로스톡스50을 기초지수로 한 ELS를 쥔 투자자들도 불안에 떨고 있다. 유로스톡스50은 지난달 고점 대비 38% 이상 미끄러지면서 18일 2385.82에 마감했다. 이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의 미상환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42조원 규모다. 낙인 비율은 45~60%로, 발행 당시 지수에 따라 낙인 지수 수준이 다르지만 증권가는 유로스톡스50이 2000선을 하회하면 원금 손실 위험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파생상품을 발행한 증권사도 좌불안석이다. 낙인 구간 진입을 투자자에게 안내하는 등 사태 대응에 힘쓰지만, 투자자의 불안함을 잠재우기는 역부족이다. 투자자 달래기로 하루를 보낸다는 하소연도 나온다.
업계에선 ‘H지수 사태’가 반복되는 건 아닌지 우려도 나온다. 2015년 중국증시 급락으로 홍콩H지수(HSCEI·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가 반토막나면서 이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를 발행한 일부 증권사가 대규모 손실을 입었다. 고객 손실로 이어진 사례는 제한적이나 증권사의 헤지 비용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전세계적으로 극심한 변동장인 데다 안전자산과 위험자산 경계도 모호해진 현 시점에선 증권사도 헤지가 쉽지 않았을 것이란 추측도 나온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손실 여부는 증권사별로 들여다봐야 하지만, 파생 헤지 노하우가 쌓인 요즘이라면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펀드 수익률도 빨간 불이 들어왔다. 금융정보회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8일 기준 국내 주식형 펀드는 최근 한달 26.73% 손실을 냈다. 해외 주식형 중에선 브라질주식형(-41.02%), 러시아 주식형(-35.78%), 금융섹터(-35.10%), 에너지섹터(-33.32%)가 같은 기간 수익률이 대폭 하락했다. 레버리지 펀드도 -39.12%로 집계됐다.
| 그래픽=이데일리 김다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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