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죽이고 아들까지 죽이려한 엄마, 징역 5년

'망상장애' 시달려...감형
  • 등록 2024-09-04 오후 10:40:12

    수정 2024-09-04 오후 10:40:12

[이데일리 홍수현 기자] 망상에 사로잡혀 어린 딸을 살해하고, 아들까지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친 40대 친모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사진=이데일리DB)
창원지법 형사4부(재판장 김인택)는 살인 및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된 A(44)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고 4일 밝혔다. 재판부는 A씨에게 형 집행종료 후 5년간 보호관찰도 명령했다.

A씨는 지난 3월 22일 오후 경남 김해시 한 주거지에서 딸 B(9)양을 살해하고 아들 C(13)군도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22년 병원에서 망상·강박·우울 장애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았다. 지난해 12월 약물 부작용으로 약물치료를 중단해 증상이 악화했다. 범행 직전엔 의사로부터 “입원치료가 필요하다”는 진단도 받았다고 한다.

그러다 지난 3월 중 A씨가 가족들과 함께 한 롤러스케이트장을 찾았던 것이 화근이 됐다. 당시 A씨는 자녀 3명과 함께 온 한 남성을 만나 잠깐 이야기를 나누게 됐는데, 이후 이 남성의 자녀 가운데 1명이 보이지 않자 자기 때문에 실종된 것으로 생각했다. 이후 자기 자식을 희생해 죗값을 치러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이에 사건 당일 A씨는 남편이 출근하자 주거지에서 B양을 살해했다.

당시 C군은 학교에 있었지만, A씨는 할머니 병문안을 가야 한다며 집으로 불러 역시 살해하려다 C군이 저항하면서 미수에 그쳤다.

A씨는 “딸만 죽이고 아들이 혼자 남을 경우 평생 살인자의 자식으로 살게 돼 죽이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범행은 A씨가 장기간 정신질환을 앓던 중 발생했다.

A 씨는 20대 때부터 ‘자고 일어나니 성폭행당한 것 같다’는 생각에 문을 닫고 지냈고 다른 사람들이 자신에게 욕하는 것 같은 생각에 사로잡혔다. 2018년부터 망상성 장애와 강박신경증으로 진료받다가 2022년부터 범행 며칠 전까지는 망상장애와 강박장애, 우울장애로 치료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부는 A씨가 장기간 정신질환 치료를 받아왔다는 점에서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다고 판단해 형을 감경했다. 범행 당시 A씨가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했다고 본 것이다.

김 부장판사는 “B양은 세상 전부로 알고 믿고 의지했을 어머니에게 영문도 모른 채 목숨을 빼앗겼고, C군도 끔찍한 경험을 했다”고 했다. 이어 “다만, A씨가 사건 전까지 자녀들을 극진한 사랑으로 키워온 것으로 보이고, 각 범행이 망상·강박 장애 등의 상태에서 저질렀다”면서 “피해자들을 사랑했던 어머니로서 평생 죄책감과 고통, 후회 속에 살아갈 것이 분명한 점, A씨 가족이 치료와 사회 복귀를 다짐하는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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