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證 주인 찾은 현대그룹, 회생 가능성 커지나

KB금융지주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
인수價, 예상보다 높은 9000억원대 추정
자율협약 개시 이어 현대증권 매각 순항
용선료 협상, 사채권자 출자전환 등 변수
  • 등록 2016-03-31 오후 7:00:23

    수정 2016-03-31 오후 7:41:31

[이데일리 성문재 기자] 현대그룹이 자구안 달성의 큰 고비를 하나씩 넘겨가며 회생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자구안의 핵심 항목인 현대증권 매각은 KB금융지주라는 믿음직한 우선협상대상자를 만난 만큼 올 하반기 안에 마무리될 전망이다.

31일 현대증권 매각주관사 EY한영 회계법인 등에 따르면 KB금융지주가 현대증권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현대상선(011200)이 보유하고 있는 현대증권(003450) 지분 22.43% 포함 총 22.56%를 가져가게 됐다. 당초 매각 가격은 7000억원대 수준으로 예상됐지만 현재 시장에서는 9000억원대에서 결정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로써 현대그룹의 자구안 달성 가능성이 높아진 것은 물론 현대상선의 회생 기대감도 커졌다. 현대상선은 현대증권 지분을 담보로 메리츠종금증권과 현대엘리베이터(017800)에 대여했던 자금 약 4000억원을 상환하고도 약 5000억원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매각 대금 전액은 산업은행과의 협의 하에 현대상선의 운영자금으로 우선 활용할 것”이라며 “자구안 완료 이후 사업 정상화와 재무구조 안정화에 큰 도움이 되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게다가 지난 29일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현대상선 자율협약 개시에 100% 동의함으로써 1조2000억원에 달하는 은행대출에 대해 원금과 이자 상환이 3개월간 유예되고 향후 외부 회계법인 실사를 거쳐 채무재조정 방안을 수립하게 된 상황도 현대그룹에게는 큰 힘이 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채권단이 현대상선의 자구안에 대해 실현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자율협약을 통한 지원이 이뤄지면 회생속도가 빨라질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이번 자율협약이 조건부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해외 선주사들과의 고액 용선료 인하 협상, 사채권자의 출자전환 동의 등이 이뤄져야 유효하다는 뜻이다. 용선주, 사채권자 등이 동참하지 않을 경우 자율협약은 종료되고 법정관리 수순을 밟을 수 있다.

현대상선은 작년 한해에만 선주들에게 배를 빌린 대가로 1조8000억원 가량의 비용을 지불했다. 현대상선이 컨테이너선의 하루 용선료로 지불하는 5만달러는 최근 시세 약 8000달러의 6배 수준이다. 해운업황이 한창 좋을 때 책정된 용선료는 지금 기준으로는 지나치게 높은 수준이다.

현대상선은 지난달 22일부터 런던, 싱가포르, 일본, 뉴욕 등지의 해외 선주들과 본격적으로 용선료 인하 협상을 진행중이다.

이밖에도 현대그룹은 자구안에 포함된 자산매각 계획들을 차질없이 마무리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지난 25일 벌크선전용선사업부 매각을 완료했으며 현대부산신항만㈜ 지분도 싱가포르항만공사(PSA)와 매각 본계약을 체결했다. 4월 만기가 도래하는 1200억 공모 회사채에 대해서는 조만간 사채권자 집회를 열어 만기 연장을 이끌어낼 계획이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앞서 지난달 자구안의 일환으로 사재 300억원을 출연한 데 이어 자구안이 보다 중립적인 이사회의 의사결정을 통해 원활히 추진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지난 18일 주주총회에서 등기이사직을 사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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