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예정된 시간보다 앞당겨 기자회견을 실시했다. 코언 폭로와 관련된 질문을 받은 그는 코언의 의회 청문회를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지켜본 듯 대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와 유착이 없었다는 증언만 진실이다. 나머지는 모두 거짓말”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왜 그러한 청문회를 이러한 중요한 정상회담 기간 도중 진행했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코언의 폭로가 북미 핵담판 결렬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정상회담 개최에는 내년 재선을 앞두고 정치적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도가 담겼다.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려고 자리를 비웠는데, 오히려 미국내 관심은 코언 의히 청문회에 더 많이 쏠리면서 더 큰 정치적 타격을 입게 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 “서두르지 않겠다”고 누차 밝혀온 만큼 전세를 역전시킬 만한 ‘한 방’을 내놓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없다면 오찬도 서명식도 실익이 크지 않아 굳이 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다. 정상회담이 한창인 도중 코언의 폭로에 대한 비난 트윗을 올렸다는 점도 그의 마음이 다른 곳에 가 있음을 시사한다.
동선부터 메뉴까지 촘촘하게 짜여져 있었던 북미 정상의 오찬과 서명식이 취소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외교가에선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과거 행보와 견줘보면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라는 반응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 측은 악천후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중간선거에서 만족할 만한 성적을 거두지 못한 채 각국 정상들이 모인 자리에 모습을 보이기 싫었던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미국 정치평론가들 사이에서 나왔다. 한 마디로 ‘내키지 않아서’라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는 당시 “3800마일을 날아 프랑스까지 와서 트럼프 대통령이 왜 불참했는지는 이유를 알 수 없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다는 시각이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