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 멈추고 집값 떨어지고…부동산 중개사무소 이중고

2월 폐업 중개사무소 1277건 달해
코로나19로 야외활동 자제…방문객 없어
서울 주택 매매량 올 들어 24% 감소
“공인중개업황, 3월에 더 어려워질듯”
  • 등록 2020-03-23 오후 6:55:12

    수정 2020-03-23 오후 7:29:52

[이데일리 황현규 기자] 서울 마포구에서 10년째 공인중개사무소를 운영 중인 강모(52)씨는 지난달 매출이 전달의 30% 아래로 줄자 사업을 접어야 하나 고민중이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여파로 부동산 거래가 크게 줄고, 야외활동 자제로 방문 고객이 끊기면서 임대료 내기도 빠듯해 졌기 때문이다. 강씨는 “급하게 집을 구하거나 팔아야 하는 상황 아니고선 지금 부동산에 관심을 가지고 (집을)보러 오는 사람은 없다”며 “지금 경기 불황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더 한 것 같다”고 말했다.

부동산 중개시장이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았다. 코로나19로 매물이 잠기면서 폐업을 고민하는 공인중개업소가 늘고 있다. 심지어 서울 중심으로 아파트값이 하락 국면에 접어들면서 공인중개사들은 ‘이중고’를 겪고 있다.

중개사무소 폐업 늘고·개업줄어

23일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2월 폐업한 전국 공인중개사무소는 총 1277개로 전월(1261건)에 비해 증가했다. 반면 개업은 1월보다 크게 줄었다. 1월 전국에서 개업한 공인중개사무소는 2082곳이었으나 2월 들어 1890곳으로 감소했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특히 코로나19 확산세가 시작된 2월 중순 들어 폐업한 사무소가 크게 증가했다. 2월 1일부터 10일간 406건이었으나 11일 이후 같은 기간 424건으로 늘어난 뒤 21일 이후에는 447건으로 증가했다.

이는 코로나19의 장기화가 공인중개사무소 운영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코로나19로 매매가 끊기면서 임대료 내기도 빠듯해 졌기 때문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해 9월부터 지속적으로 늘던 서울 주택 매매 거래량은 12월을 기점으로 꺾이기 시작했다. 12·16 대책과 코로나19가 겹치면서 지난해 12월 주택 매매량은 2만 2156건에서 올해 1월 1만 6834건으로 줄었다. 24%가 감소한 것이다. 이후 2월 매매량은 더 감소해 1만 6661건을 기록했다.

마포구 A공인중개사무소는 “지금 같은 상황이 계속된다면 폐업을 할 수밖에 없다”며 “언제까지 임대료만 내면서 사무실을 지켜야 하는건지 답답하다”고 하소연했다.

“수익 줄었는데…임대료 감당하기 벅차”

매물 잠김에 이은 부동산 가격 하락도 공인중개사무소에게는 악재다. 공인중개사무소는 매매가의 수수료를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내기 때문에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면 수익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실제 강남3구를 비롯한 서울 전역의 아파트 매매가는 하락세 혹은 관망세로 접어든 분위기다.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 아파트값은 9주째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3월 셋째주 강남 3구의 아파트 매매가는 지난주 -0.06%에서 이번 주 강남(-0.12%)ㆍ서초(-0.12%)ㆍ송파구(-0.08%) 모두 하락폭이 커졌다. 서울 전체 아파트 가격 상승세도 약 8개월만에 멈췄다.

최근 폐업한 서울 강서구의 한 공인중개업사무소. (사진=황현규 기자)
강남에 이어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과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등 강북권의 아파트값도 주춤하고 있다. 서울 ‘성동구’ 대장주인 서울숲리버뷰자이 아파트 전용 85㎡에서 최고가보다 1억원 이상 낮춘 급매가 나온 것이 대표적이다. 노원구 상계동 상계주공4단지 80㎡도 지난 16일 직전 최고가보다 2000만원 이상 낮은 4억 7400만원에 손바뀜했다.

현재 공인중개사협회는 개업을 위해 필수적으로 이행해야 하는 실무교육도 중단하면서 개업 사무소는 크게 줄 것으로 전망된다. 또 부동산 시장 침체로 폐업하는 공인중개사무소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단기간에 폐업 결정을 하는 경우는 많지 않으나 지금의 주택경기 악화가 지속된다면 공인중개사무소 폐업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3월 폐업은 2월보다 증가할 것으로 보고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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