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기재부, 연내 원화외평채 발행 검토…21년 만

전자증권법 개정안 통과로 법적 근거 마련
시장 소화 가능 물량 등 고려해 최대 2조원 규모
경기 둔화 우려에 금리, 예상보다 높아질 수 있어
세수 펑크로 국채 발행량 급증한 것도 부담
  • 등록 2024-12-12 오후 6:32:00

    수정 2024-12-12 오후 8:47:25

[세종=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원화표시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을 발행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됨에 따라 정부가 연내 발행을 추진한다. 규모는 최대 2조원 수준으로, 원화 외평채를 발행하는 건 지난 2003년 외평채를 국고채와 통합해 발행하는 체제로 바꾼 후 21년 만이다.

서울 중구 하나은행에서 직원이 5만원권을 정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2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연내 원화 표시 외평채를 발행하기 위한 실무 검토에 나섰다. 12월 중 1~2년 만기로 최대 2조 원 규모의 외평채를 찍는 방식이 거론된다. 외평채는 정부가 원화 값 안정을 목표로 조성한 외국환평형기금의 재원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하는 채권이다.

앞서 지난 10일 국회에서는 원화 표시 외평채의 전자 발행과 등록을 가능하게 하는 전자증권법 개정안이 내년도 예산안 부수 법안으로 통과됐다. 정부에서는 올해 18조원 규모의 원화표시 외평채를 발행할 계획이었지만, 그간은 원화 외평채의 전자 등록 업무를 규율할 근거가 없었다.

원화 외평채를 발행하면, 정부가 원화 재원을 낮은 금리에 단기로 조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지난 2003년 원화 외평채를 폐지한 이후 정부는 공공자금관리기금으로부터 원화를 조달하고 있다. 공자기금은 10년물 위주의 국채를 통해 재원을 확보하기 때문에, 이자가 높은 것이 단점으로 손꼽혔다.

문제는 최근 우리 경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보니 관련 시장을 구축하는 것이 쉽지 않으리라는 점이다. 원화 표시 외평채를 별도로 발행하려면 국고채 발행과 유사하게 시스템 구축과 전문 딜러 지정 등을 통해 시장을 조성해야 하지만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에 최근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이 잇따르고 있어 부담이 큰 상황이다.

원화 표시 외평채가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확대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원화표시 외평채는 대부분 1년물로 발행하는데, 만기가 단기화되며 외평기금의 자산을 현금화하거나 차환 발행할 때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얘기다.

또한 정부의 예상과 달리 원화 외평채로 금리 부담을 낮추기 어렵다는 얘기도 나온다. 경기 전망이 좋으면 대외 신인도가 높아져 금리를 낮출 수 있지만, 경기 우려가 큰 상황에서는 금리가 오를 수 있다.

2년 연속 대규모 세수 펑크로 내년도 국채 발행량이 급증한 점도 부담이다. 지난 10일 확정된 2025도 예산안에 따르면, 내년 국채 발행 규모는 201조 3000억원으로 올해보다 올해보다 42조 8000억원(27.0%) 급증했다. 여기에 최근 탄핵정국으로 정권교체 가능성도 커지면서 내년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전망도 커지고 있다. 통상 추경은 적자 국채를 발행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추가로 국채 발행 규모가 늘어나면 이 역시 금리를 끌어올릴 우려가 있다.

한 외국계 투자은행 관계자는 “이미 단기적으로 국채 발행량이 많이 늘어난 것 아니냐는 시장의 우려가 있는데 원화 외평채를 발행하면 금리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며 “내년 어두운 경제 전망에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덮쳐 조심스러운 분위기”라고 말했다.

당장 올해 원화 외평채를 발행하지 않아도 내년 예산안에도 원화 표시 외평채 발행 규모가 20조원으로 반영돼 있기 때문에 정부에서는 발행을 마냥 미루기도 어렵다. 지난 2년간 세수 펑크 대응을 위해 외평기금의 원화 재원을 대규모로 끌어다 썼기 때문에 이를 채워야 할 필요성도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국무회의에서 법률안 공포 시점 등을 고려해 연내 원화표시 외평채 발행 여부를 결정할 것”이면서 “최근 국고채 금리도 안정적이고 대외 신인도에도 큰 영향이 없기 때문에 원화표시 외평채도 안정적으로 발행·관리할 수 있을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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