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對) 중국 투자규모가 5000억원을 웃도는 벤처캐피탈(VC) 대표는 두 자녀 모두 중국으로 유학을 보낼 계획을 세우고 있다며 그 이유에 대해 2시간여 가량 열변을 토했다. 과거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던 시절은 옛날 얘기로 회자될 것으로 보인다. 무늬만 선진국이 된 미국은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장기침체(스태그네이션)에 골몰하고 있다. 기업의 활력이 떨어지는 동안 청년들의 경쟁은 심화되고 취업문은 좁아졌다. 유학생 역시 미국 대학교를 졸업해 현지 사회와 조직에 융화되는 것보다는 단순히 학위를 취득하기 위해 유학길에 오르고 있는 경우가 많아졌다. 교육부에 따르면 미국 유학생중 학위 과정 유학생이 82%를 차지할 정도다.
올해 4월 기준으로 중국으로 간 한국인 유학생 수가 처음으로 미국 유학생 수를 앞지른 것도 이 세태를 반영하고 있다. 미국 유학생 수는 2010년 7만5065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 계속 감소해 올해는 지난해보다 4395명 줄어들며 2위로 내려앉았다. 반면 중국 유학생은 지난 2009년 처음으로 6만명을 넘어선데 이어 올해에는 지난해보다 3749명 증가하며 1위를 기록했다. 아메리칸 드림보다 차이나 드림을 꿈꾸는 젊은이들이 더 늘어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문제는 국내의 경우 중국 투자에 대한 전문가 또는 투자풀 등이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중국 스타트업의 가능성을 보고 중국 VC/PE 시장에 뛰어든 한국계 VC/PE는 린드먼아시아인베스트먼트 KTB네트워크 한국투자파트너스 LB인베스트먼트 등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이들의 대 중국 투자자금(AUM, 누적기준)은 1조3000억원에 이른다. 미래에셋벤처투자 등도 점차 투자규모를 늘리고 있지만 지난 한 해 4000억위안(약70조원) 규모의 중국 VC 투자금액을 감안하면 새발의 피에 불과하다.
더 나아가서는 이들을 필두로 국내에 첨단 산업 두뇌를 유치하거나 한국 스타트업에 투자할 수 있는 전기를 마련할 수도 있다. 물론 ‘대 중국 유학생 및 전문가 증가→스타트업 취업 및 투자 증가’ 등의 선순환적인 투자 구조와 인프라를 만들기 위해서는 대 중국 투자 확대가 전제돼야 한다. 급변하는 글로벌 시장상황 변화에 따라 신속하게 움직이는 중국 스마트머니의 방향성을 찾아 PE/VC를 중심 축으로 적극적인 투자를 모색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