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삼성그룹에 따르면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엔지니어링(028050)이 이날 발표한 1조20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 과정에서 향후 기존 주주들의 미청약분이 발생할 경우 일반 공모에 참여하기로 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이 부회장은 기존 주주들의 미청약분에 대해 일반 투자자들과 동일한 조건으로 일반 공모에 참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대규모 해외 플랜트공사의 손실을 반영하면서 올해 3분기에만 1조5000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고,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자본잠식이 해소되지 않을 경우 내년초 상장폐지 위기까지 몰린 상황이다. 지난 10월초 3만원대였던 삼성엔지니어링의 주가는 대규모 적자발표와 유상증자 우려가 겹치면서 최근 1만원대 중반까지 하락한 상황이다.
삼성그룹은 “이번 삼성엔지니어링의 유상증자는 자본잠식 상태를 해소하고 상장 폐지를 방지하기 위해 반드시 성공적으로 완료돼야 하는데 대규모 증자로 인해 기존 주주들의 미청약 발생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이번 증자가 주주배정 방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삼성 계열사들도 대거 참여할 예정이다.
삼성엔지니어링의 최대주주로 지분 13.10%를 보유하고 있는 삼성SDI는 지난 10월말 기업설명회(IR)에서 “1대 주주인 만큼 삼성엔지니어링 증자 참여가 바람직하다”며 “주주가치를 고려해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2대 주주인 삼성물산(지분율 7.81%)도 최근 회사채 발행 증권신고서에서 “삼성엔지니어링이 진행할 유상증자 배정주식에 대해 현재 참여를 고려하고 있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이밖에 삼성화재(1.09%)가 삼성엔지니어링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특수관계자의 지분을 합하면 22.03%다. 그동안 삼성계열사들이 증자에 참여하더라도 일반 소액주주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많다는 점에서 주주배정 유상증자의 성공 가능성이 불투명하다는 우려도 높았다.
하지만 이 부회장이 주주배정 후 발생하는 미청약분 실권주에 대해 전체 유상증자 금액의 4분의 1 규모인 3000억원 한도에서 일반공모에 참여키로 함에 따라 삼성엔지니어링도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삼성엔지니어링의 이번 유상증자 신주발행 주식수는 1억5600만주, 예정발행가는 7700원으로 책정됐고, 확정 예정일은 내년 2월3일이다. 이날 삼성엔지니어링 주가는 전일보다 2.79%(400원) 하락한 1만3950원으로 장을 마쳤다.
한편 삼성엔지니어링은 장부가 3500억원의 서울시 강동구 상일동 사옥매각, 전 직원 무급순환휴직, 임원 급여 반납 등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전사적으로 고통분담에 나서고 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해 삼성중공업과 합병을 추진했지만 주주들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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