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국감]이주열 "정부 압박, 금통위 영향 없어..여건만 되면 금리인상"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한국은행 국정감사
"안종범-정찬우 문자, 자기들끼리 주고받은 것"
"금통위, 정부가 말한다고 움직이는 조직 아냐"
  • 등록 2018-10-22 오후 5:46:01

    수정 2018-10-23 오전 10:43:34

[이데일리 조진영 김정현 기자] “정부 압박이 있다고 해서 금통위가 움직이는 가능성을 생각조차 해본적이 없습니다” “금통위를 앞두고 금통위원들을 개별적으로 접촉한 적 없습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2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 같은 답변을 수차례 반복했다. 이날 국감에서 더불어민주당이 박근혜정부 당시 금리 인하 압박 의혹을 제기하자 자유한국당이 문재인정부의 금리 인상 압박 의혹으로 맞서며 이 총재를 추궁했기 때문이다.

이날 김경협 민주당 의원은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과 정찬우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를 공개했다. 정 부위원장이 안 전 수석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에는 ‘조선일보가 기획기사로 (금리인하를) 도와준다 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김 의원은 “두 사람이 문자를 주고받은 뒤 금리인하를 압박하는 기획기사가 났고 서별관회의가 개최됐다”며 “한은은 금리인하에 반대하는 의견이 있었는데도 금리를 내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2015년 2월과 3월 서별관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며 “문자메시지는 자기네들끼리 주고받았을지는 몰라도 금리와 관련해 안 전 수석과 협의한 적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금통위는 총재나 정부에서 말한다고 움직이는 조직이 전혀 아니다”며 “당시 경기는 스태그네이션을 우려할 정도로 안좋은 상황으로 치닫고 있어 금리인하가 불가피했다”고 답했다.

야당은 반격에 나섰다. 윤영석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낙연 국무총리에 이어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도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해 금리인상 필요성을 언급한 점을 문제삼았다. 이 총재는 “(금통위에서 정치권 발언에 대해) 일체의 이야기가 없었다”고 답했다. 이어 “그분들 발언이 시장에 혼선을 줄까 우려하고 있다”며 “(정치권 발언 때문에) 우리가 소신 있게 결정해도 (국민들이) 신뢰를 해줄까 하는 걱정이 있다”고 했다.

정치권 압박에 선을 그은 이 총재는 이날 국감에서 금리인상에 대해 보다 확실한 시그널을 보냈다. 그는 “10월 통화정책방향문에서 ‘신중한’이라는 단어를 뺐다”며 “실물경기가 크게 흐트러지지 않는다면 (기준금리) 인상여부를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모든 것을 종합할 때 지금 금리 인상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냐’는 질문에도 “여건만 된다면 금리 인상 쪽으로 가겠다는 메시지를 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18일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연 1.50%로 동결한 이유로 “대외여건의 불확실성이 전망 경로에 미치는 영향을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완화적 금융여건은 가계부채 증가 등 금융 불균형을 확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금융안정에 보다 유의해야 할 상황”이라고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2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의 한국은행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위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이 총재는 ‘정부의 대출규제 정책에 금리 인상까지 이어지면 경기가 지나치게 꺾일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거시 경제가 감내하는 범위에서 금융 불균형 해소에 대응하겠다”며 “경기를 도외시하는 것은 아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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