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서 軍 계급까지 언급한 전두환, '알츠하이머'가 맞을까

  • 등록 2020-04-27 오후 7:07:35

    수정 2020-04-27 오후 7:07:35

전두환 전 대통령이 27일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린 형사재판에 피고인으로 출석하고 나서 법원 청사를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민정 기자] 그동안 알츠하이머 투병 등 건강상의 이유를 들어 재판에 나오지 않던 전두환 씨가 27일 1년 만에 광주광역시에서 열리는 자신의 사자명예훼손 재판에 출석했다.

고(故) 조비오 신부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이날 광주지법에 출석한 전씨는 1980년 5월 당시 헬기 기총사격을 강하게 부정했다.

전씨는 지난 2017년 4월 펴낸 회고록에서 조 신부의 5·18 당시 계엄군의 헬기 사격 목격 증언을 거짓이라고 주장하며 조 신부를 ‘파렴치한 거짓말쟁이’, ‘사탄’이라고 비난했고 2018년 5월 사자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됐다.

이날 전씨는 검찰의 공소장 낭독 후 판사의 ‘공소사실을 인정하느냐’는 질문에 “내가 알고 있기로는 당시에 헬기에서 사격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그는 “만약에 헬기에서 가격을 했더라면 많은 사람이 희생됐다. 그러한 무모한 짓을 대한민국의 헬기 사격수인 중위나 대위가..”라며 “난 그사람들이 하지 않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특히 그동안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어 법원에 출석하기 힘들다는 입장을 보였던 전씨는 환자로는 보이지 않을 정도의 논리를 갖고 또렷하고 강하게 반박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알츠하이머 환자의 대표적인 증상인 인지능력 부분에서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는 방증이다.

알츠하이머형 치매의 핵심증상은 기억력 감퇴로 초기에는 주로 최근 기억이 손상되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먼 과거의 기억이 잘 생각나지 않게 된다. 그러다 의사소통의 장애가 나타난다. 점차 단어를 찾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불명확한 단어를 사용하게 된다. 냄새를 잘 맡지 못하게 되거나 다양했던 얼굴 표정이 줄어들어 표정 변화가 없어지는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피고인으로 광주지방법원에 도착한 27일 법원 청사 인근에서 시민단체 활동가가 사죄를 촉구하는 게시물을 붙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앞서 전씨는 지난해에도 건강한 모습으로 골프를 치는 모습이 공개되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당시 그는 건강이 나쁘다며 재판에 출석하지 않겠다고 했던 때였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12월 12일에는 일 전 씨가 12·12 쿠데타의 주역들과 샥스핀이 포함된 호화 만찬을 즐기는 모습이 다시 한 번 영상으로 포착돼 또 한 번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한편 이날 전씨는 지난해에 이어 이번 광주 재판에서도 재판 내내 꾸벅꾸벅 조는 모습을 보였다.

전씨는 청각 보조장치를 착용하고 재판에 참여했다. 전씨는 고(故) 조비오 신부의 5·18 기간 헬기 사격 목격 증언이 부당하다고 주장하며 영상·사진 자료 등이 제시될 때 유심히 화면을 바라보기도 했으나 재판 내내 고개를 가누지 못하고 잠이 들었다 깨기를 반복했다.

전씨는 재판 중간에도 목소리가 높아지자 눈을 떴다 다시 감기를 반복했으며, 오후 3시3분께헤드셋을 벗고, 다시 눈을 감고 입을 다물었다가 다시 뜨고 재판정을 응시하는 다소 산만한 모습을 보였다.

이를 보다 못한 김정훈 판사가 3시13분게 “휴정을 요청하면 받아들이겠다. 재판에 집중할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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