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코가 석자지만.." 건설사 지원 나선 석화사

코오롱인더, 서초 스포렉스 4300억 매입
이수화학은 이수건설 700억 현금 수혈
롯데케미칼, 롯데건설에 5000억 대여 사례
  • 등록 2024-11-14 오후 3:58:17

    수정 2024-11-14 오후 7:02:33

[이데일리 김성진 기자] 국내 석유화학·소재 업체들이 최근 재무부담 증가에도 불구하고 계열 건설사 지원에 나서고 있다. 석유화학 업황 역시 불황이지만, 건설업 상황이 더 좋지 않아 급한 불부터 꺼야 한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업종 특성상 대규모 자금에 대한 보증을 서는 건설사가 부실해질 경우 그룹 전체가 휘청거릴 위험도 있기 때문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몇몇 석유화학·소재 업체들은 그룹 건설 계열사에 대한 직간접적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화학소재 전문기업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지난 12일 그룹 건설 계열사 코오롱글로벌이 서울시 서초구에 보유한 스포렉스 토지 및 건물을 총 4300억원에 취득한다고 공시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당사 사옥 등 다양한 활용을 위해 유형자산을 취득했다”고 설명했지만 실상 코오롱글로벌에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한 방편이란 해석이 힘을 얻는다. 코오롱인더스트리 관계자는 “스포렉스 부지는 신사업 활용 등 수익성 제고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용도로 활용 가능할 것으로 판단해 매입 결정했다”며 “아직 상세한 개발 계획은 없다”고 설명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 사옥.(사진=코오롱인더스트리.)
코오롱글로벌은 올 3분기 21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지난 2분기(4억원 손실)에 이어 2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특히 최근 1년간 차입금이 7000억원에서 1조4300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나며 부채비율 역시 289%에서 551%로 수직 상승했다. 반면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올 3분기 전년 대비 5.1% 늘어난 329억원의 이익을 올리며 비교적 여유가 있는 상황이다. 부채비율 역시 100%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합성세제 원료인 연성알킬벤젠(LAB)을 국내서 유일하게 생산하는 이수화학도 최근 건설 자회사 이수건설에 자금수혈을 실시했다. 지난 8일 이수화학은 “자회사 이수건설 재무 건전성 제고 및 사업경쟁력 강화”를 위해 700억원을 출자했다고 공시했다.

이수화학이 이수건설 지원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2018년과 2021년에도 각각 수백억원을 출자한 바 있으며, 지난 9월에는 이수건설이 발행한 200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영구채)의 신용보증을 서기도 했다. 이수건설은 2022년에는 42억원, 2023년에는 416억원의 손실을 내며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이수화학도 상황이 좋지만은 않다. 별도 기준 지난해 242억원의 손실을 냈으며 올 상반기에는 흑자를 기록 중이지만 그 규모가 25억원으로 크지 않다. 그러나 이수화학이 지분 100%를 보유한 이수건설이 흔들릴 경우 위기가 이수그룹 전체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대형 화학업체 롯데케미칼도 2년 전 롯데건설 살리기에 발 벗고 나선 바 있다. 2022년 하반기 롯데건설 유동성 위기가 불거지자 롯데케미칼은 롯데건설에 현금 5000억을 긴급 대여하고 약 3개월 만에 회수했다. 또 앞서 롯데건설이 진행한 2000억원 유상증자에도 참여하며 자금을 지원했다. 롯데케미칼은 롯데건설 지분 44%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롯데건설은 롯데케미칼을 비롯한 계열사 지원에 힘입어 현재는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건설사들은 건설 프로젝트에 대해 대규모 차입 보증을 서주기 때문에 한 곳에서 부실이 발생할 경우 도미노처럼 위기가 확산하는 리스크가 존재한다. 업계 관계자는 “건설사 위기로 그룹 전체가 흔들린 사례도 많은 만큼 대부분 건설사 재무건전성 확보를 우선순위 최상단에 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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