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과거에 머문 KT의 SK-헬로비전 인수 비판

  • 등록 2015-11-12 오후 6:00:00

    수정 2015-11-12 오후 7:17:12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SK텔레콤(017670)이 CJ헬로비전을 인수하겠다고 전격 발표한 것은 놀랍다. 융합 시대라지만 이동통신 1위와 유료방송 1위 기업이 합친다니 경쟁사로선 두려움과 우려를 갖는 게 당연하다.

그래서 KT(030200)가 기자를 상대로 연 ‘통신 현안 스터디(단말기유통법, 2.1GHz 주파수의 경매냐 재할당이냐, SK의 헬로비전 인수)’는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통신사들이 미래 수익을 위해 본원적인 경쟁을 하는 게 아니라 서로 헐뜯기 한다는 비판도 있지만, 인수합병을 바라보는 사람은 방송통신융합시대, 결합상품 대중화 시대에 국민을 위해 어떤 정책적인 방향을 가져야 하는가 고민하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지난 10일부터 12일까지 그룹핑 형태로 진행됐던 기자 대상 KT의 입장 발표는 한마디로 실망스러웠다.

특히 자기 주장을 펴기 위해 ‘과거 논리’에만 집착한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려웠다.

담당 임원은 케이블TV와 IPTV, 위성방송의 역사를 설명하면서 정부의 미디어 정책은 플랫폼간 경쟁을 통해 미디어 산업 발전에 기여하는 것인데, 이번 인수는 IPTV가 케이블TV를 먹은 것이니 말이 안 된다는 논리를 폈다.

하지만 IPTV를 가진 KT가 위성방송인 KT스카이라이프의 최대 주주가 됐던 사실은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 자신들은 2000년부터 전국방송의 의무를 져 왔으며 지금도 합병이 아니라 서비스 차원의 결합만 허용되니 다르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KT와 KT스카이라이프가 합병하진 않았어도 동일기업집단으로 인식되며, SK-CJ간 결합으로 지리멸렬했던 국내 미디어 시장이 KT-SK의 양강 구도로 규모를 갖는 게 투자 활성화나 글로벌 진출에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만만찮다.

KT는 이용자에게도 인수 합병 시 선택권 제한이 된다고 했다. 양천구 목동에서 CJ헬로비전의 케이블방송을 보고, 초고속인터넷은 KT 것을 쓰고 싶은데 SK에 가면 SK초고속인터넷(SK브로드밴드)만 쓰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지금도 양천구 목동에는 KT IPTV와 초고속인터넷이 들어가고 합병 이후 역시 마찬가지다. 이번 딜이 성사되면 SK초고속인터넷만 쓰도록 강요받는다고 단정짓기는 어려운 것이다.

미디어 산업 발전을 저해한다는 주장의 근거 역시 구체적이지 못했다. 이번 합병이 1995년 상용화된 뒤 호시절을 보내다 2008년 12월 IPTV상용화와 통신사의 결합상품 공세로 경영난에 봉착한 케이블TV업계의 대규모 짝짓기를 앞당기는 순기능이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케이블이 어려워진 것은 과거 초고속인터넷에서 노력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답하는데 그쳤다.

KT가 이날 기자단 스터디에서 가장 거칠고 야생적인 주장을 일부러 내놓았을 수 있다. SK가 주식취득 신고나 합병신고를 하지 않은 만큼, KT로서는 더 정교한 논리나 인수 조건에 대한 언급은 내달 초 SK텔레콤이 정부에 신고서를 낸 뒤 여론화 하는 게 전략상 유리하다고 봤을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콘텐츠와 플랫폼, 네트워크와 단말기의 가치사슬이 뒤엉키는 미래를 내다보며, 그 중간 단계로 이번 빅딜의 우려(공정경쟁, 이용자보호)는 없는지 고심하는데, KT는 네트워크 올인 시대, 과거 시대에 살고 있는 건 아닌 지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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