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연호 기자] 은행업계가 뒤숭숭하다. 악재가 잇따르고 있어서다. 최근 우리은행에서 수백억 원대 횡령 사건이 적발된 데 이어 수조 원대 이상 외환 거래까지 드러나면서 긴장감마저 감돌고 있다. 은행들이 최근 금리 상승기 금융당국의 취약 차주 보호 정책 기조에 적극 호응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악재들이라 더욱 안타깝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27일 서울 여의도 본원에서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의 이상 외환 거래 중간 검사 결과를 발표했다. 금감원이 파악한 두 은행에서의 이상 외환 거래 규모는 총 4조1000억 원(약 33억7000만 달러)로, 기존에 이들 은행들이 금감원에 보고했던 2조5000억 원(20억2000만 달러) 대비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금감원이 이달 말까지 전체 은행들에 지난해 1월~올해 6월 중 유사 외환 이상 거래가 있었는지 자체 점검을 실시하고 보고토록 했다는 점에서 규모는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금감원은 검찰, 관세청, 금융정보분석원(FIU) 등과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이번 사태에 공조하고 있다. 금감원이 이례적으로 중간 검사 결과까지 발표한 데다 유관 기관이 힘을 모으고 있는 만큼 수조 원대 자금의 용도나 은행의 책임 소재 여부 등은 머잖아 명명백백하게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은행 일선에선 불완전한 감독 시스템으로 인한 외환 업무의 어려움도 호소하는 만큼 금융당국은 “엄중 조치”와는 별개로 이에 대한 목소리도 경청해야 한다. 영업점에서 한동안 외환 업무를 담당한 한 은행 관계자는 “외국환거래법이 시행 20여 년이 지나면서 현 시대 흐름과는 너무 맞지 않는 부분이 많아 현장에선 어려움이 많다”며 “또 금융당국에서도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주지 않으면서 영업 현장에서는 늘 리스크를 떠안을 수 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이복현 금감원장도 28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이상 외환 거래 사태와 관련해 “여러 불법 요소가 강하게 보이는 상황”이라며 “감독 시스템에서도 왜 누락됐는지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와 관련 불법적 요소가 발견된다면 은행들에 책임을 분명히 묻는 것도 필요하지만, 그보다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차제에 금융당국과 업계, 국회 모두 머리를 맞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