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이어 롯데도 '고강도 구조조정'…오프라인 위기 현실로

'대형마트 1위' 이마트 추락에 '유통공룡' 롯데 대규모 매장 감축
그나마 선전하던 먹거리마저 온라인서 꿀꺽…경쟁력 하락
규제에 코로나19 감염병까지 겹치면서 올해 전망도 '암울'
  • 등록 2020-02-13 오후 8:35:20

    수정 2020-02-13 오후 8:35:20

[이데일리 이윤화 기자]“수년간 1위였던 이마트의 추락, 롯데마트의 인원감축을 누가 예상이나 했을까요? 위기가 정말 현실로 닥친 거죠.”

대형마트 업계에서 10년째 종사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오프라인 유통업계가 예견하던 위기가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현실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1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형마트 1·3위 이마트와 롯데마트가 지난해 역대 최악의 실적을 기록하면서 전에 없던 대규모 구조조정 카드를 꺼내 들었다.

국내 대형마트는 온라인 중심의 소비문화 재편, 정부의 출점 규제 등에 따른 전자상거래(이커머스) 대비 경쟁력 하락과 뒤늦은 사업 구조조정 탓에 매출액뿐 아니라 영업이익까지 성장세가 꺾인 지 오래다. 여기에 올해는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까지 확산하면서 소비 위축의 직격탄을 맞았다.

롯데마트 전경.(사진=롯데마트)
‘악화일로’ 늪에 빠진 대형마트…“구조조정만이 살길”

이마트는 이날 연결 기준 지난해 영업이익이 1507억원으로 2018년 대비 67.4%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19조629억원으로 11.8% 증가했지만, 순이익은 2238억원으로 53.2% 줄었다. 이에 나이스(NICE)신용평가는 12일 이마트와 이마트가 발행하는 무보증 회사채의 신용등급을 기존 ‘AA+’에서 ‘AA’로 한 단계 하향 조정했다. 지난해 8월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변경한 지 6개월 만이다.

롯데 역시 온라인 쇼핑 확대로 오프라인 사업이 위축되면서 롯데쇼핑 전체 매출의 60%를 차지하는 롯데하이마트와 롯데마트의 영업이익이 반 토막 났다. 또한 지난해 7월부터 시작된 일본제품 불매운동도 롯데쇼핑의 실적에 악영향을 줬다.

롯데쇼핑에 따르면 연결기준 지난해 영업이익은 4279억원으로 전년 대비 28.3% 줄었고, 매출액은 17조6328억원으로 1.1% 하락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손실은 8536억원을 기록해, 전년(4650억원) 대비 적자 폭이 커졌다. 2019년 4분기만 놓고 봐도 매출액 4조3248억원(-1.7%), 영업이익 436억원(-51.8%)으로 부진한 실적을 냈다.

이들 업체는 미래 사업 지속성을 위해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집중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기존 ‘사업부제’를 1인 최고경영자(CEO) 체제 하의 통합법인(HQ) 구조로 두고, 오프라인 매장 축소에 나섰다. 백화점, 마트, 슈퍼, 롭스 등 현재 700개에 달하는 점포수의 30%(200여개) 가량을 축소한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사업 효율화를 통해 체질 개선에 나서고, 중장기적으로 유통 채널에서 라이프스타일 중심의 채널로 변모해 나가겠다는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마트 역시 강희석 대표 등 외부 인사를 영입하는 대대적인 인사 쇄신에 이어 삐에로쑈핑과 일렉트로마트·부츠 등 돈이 되지 않는 전문점 사업을 정리하고 있다. 만물잡화점 삐에로쑈핑 매장 7개를 내년까지 순차적으로 정리하고 이마트 매장 140여 개를 업그레이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수익성이 나지 않는 매장은 효율화 하고, 8450억원의 대규모 투자를 통해 경쟁력을 높일 것”이라면서 “올해 기존 점포의 30% 이상 리뉴얼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핵심경쟁력인 그로서리 부문을 대폭 개선하고, 노브랜드 등 초저가 전략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마트 트레이더스 16호점이자 서울 1호점인 월계점 전경. (사진=이마트)
온라인에 밀리고, 규제에 치이고 감염병까지 ‘사면초가’

대형마트 업계의 실적 부진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온라인 쇼핑 시장의 확장이 가장 강력한 요인으로 분석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온라인 쇼핑거래액은 37조1055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18.4% 올랐다. 나이스신용평가가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서도 총경상판매액에서 온라인쇼핑이 차지하는 비중이 2018년 4분기 기준 25% 수준까지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농축수산식품과 같이 온라인쇼핑의 침투율이 낮았던 품목까지 온라인쇼핑이 빠르게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의무휴점, 출점규제 등 정부의 규제도 한 몫을 했다. 실제로 대형마트는 실적부진에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최근 지방자치단체에 일시적으로 의무 휴업일을 주말에서 평일로 바꿔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지난 2012년 강화된 유통산업발전법상 3000㎡ 이상 면적을 가진 대형마트는 영업시간 제한(오전 0~10시), 의무 휴무일 지정(공휴일 중 매월 2회) 등의 규제를 받는다. 업계 측에서는 이중 공휴일 의무휴업일 지정이 마트의 수익성 둔화의 단초가 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일각에서는 예견된 오프라인 유통업계의 부진에 대해 발 빠르게 대응하지 못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최근 몇 년간 이어진 실적부진에 좀 더 빨리 구조조정에 돌입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마트는 2017년 매출액 15조5149억원에서 2018년 17조491억원으로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5849억원에서 4628억원으로 줄었다. 롯데쇼핑은 지난 2015년 29조1277억원이던 매출액이 2016년 22조9760억원, 2017년 17조9261억원, 2018년 17조8208억원으로 계속 줄었다. 당기순이익은 2017년 -206억원, 2018년 -4650억원으로 이미 적자구조로 돌아선 지 오래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온라인 전략과 오프라인 대형마트 매장만의 장점을 살리지 못한 탓이라고 분석한다. 오프라인 유통업계 위기를 외부요인으로만 돌리기에는 미국의 월마트, 타깃, 코스트코 등의 승승장구 행보와 비교된다.

월마트는 온라인 사업 강화를 위해 ‘아마존 킬러, 온라인 코스트코’라 불리던 ‘제트닷컴’을 인수한 뒤 온라인판매액 성장률이 2017년부터 60%대로 급증했다. 타킷도 식료품 배달 스타트업인 ‘쉽트’를 인수한 이후 온라인 판매액 증가율이 30%를 넘어섰다.

코스트코는 ‘창고형 할인점’이라는 특색을 내세워 국내에서도 출점에 가속도를 내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감사 보고서를 게재하기 시작한 2000년 이후 매년 최고 매출을 경신하며 2018년에는 연 매출이 사상 처음 4조원을 돌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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