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은 이날 장외거래를 통해 ‘백기사’ KCC에게 자사주 899만557주(5.75%) 전량을 매각하고 현금 6743억원을 확보했다. 삼성물산 입장에서는 자사주 의결권을 부활시켜 내달 임시주총 우군을 확보하는 동시에 주식매수청구권 등 향후 자금소요에 대비한 현금을 동시에 확보했다.
이로써 삼성물산은 기존 보유지분 13.9%와 함께 KCC로 넘겨 부활시킨 의결권을 합쳐 20%에 육박하는 19.8%를 확보하게 됐다. 엘리엇은 이날까지 경영참여 공시후 5거래일간 지분 추가취득이 금지되는 ‘냉각기간’이어서 지분율 7.12%가 유지되고 있다.
백광제 교보증권 연구원은 “이번 자사주 매각으로 삼성물산 관계지분이 19%에 이르고, 국민연금 등 국내 기관 보유물량을 우호지분으로 가정하면 합병 성공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엘리엇의 우호세력이 아직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고, 이날 삼성물산의 자사주 매각 관련 법적대응에 나선 상황에서 합병 결과를 속단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엘리엇은 이날 “삼성물산이 KCC에 자사주를 매각한 것은 불법적인 시도라고 판단한다”며 삼성물산과 이사진 및 KCC를 상대로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가처분은 본안소송에 앞서 시간이 촉박한 상황에서 제기하는 것으로 소송제기만으로는 법적효력이 없기 때문에 이날 자사주 매각거래는 완료됐다. 그러나 내달 17일 합병안을 논의하는 임시주총 전 의결권 행사가능 여부를 판단하는 법원 판결이 남아 있다. 엘리엇은 주총결의금지 가처분 신청도 제기한 상황이다.
삼성물산은 엘리엇의 주장에 “자사주 매각은 당초 합병 목적을 원활하게 달성하고, 단기차익 실현을 목적으로 하는 해외헤지펀드의 공격으로부터 회사 및 주주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며 엘리엇측의 주장을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