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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는 우리나라의 종부세와 유사한 ‘부동산부유세’가 있는 유일한 나라다. 부동산 순자산 총액이 80만 유로(한화 약 10억7600만원) 이상부터 0.5~1.5%의 누진세율을 적용한다. 그러나 80만 유로~130만 유로 구간은 공제액(1만7500유로-(1.25%×순자산액))이 있어서 사실상 130만 유로(한화 약 17억3500만원)를 넘어야 세금 부과 대상이다.
게다가 시세에 상당하는 공시가격을 과세표준(세금을 부과하는 기준)에 반영하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프랑스는 부동산에 포함된 부채는 과세표준에서 제외한다. 이를테면 20억원짜리 집에 5억원의 대출이 있다면 15억원이 과세표준인 셈이다. 과세표준이 17억3500만원이 넘지 않으면 부유세는 내지 않고 재산세만 내면 된다.
김지혜 국토연구원 주택·토지연구본부 책임연구원은 “프랑스는 금융자산을 모두 포함해 부유세를 매겼는데 마크롱 정부가 들어오면서 세금 대상이 너무 광범위하다는 지적에 따라 2018년1월 범위를 부동산으로 좁혀 ‘부동산부유세’로 개편한 것”이라며 “다만 프랑스는 현재 제도에 들이는 행정비용에 비해 걷히는 세액이 크지 않아서 그대로 유지할지를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부동산 관련 세금은 시장 안정을 목적으로 한 시장관리 차원의 성격이 짙다. 이 때문에 국제적인 기준과는 다소 방향이 달랐던 것이 사실이다. 우병탁 신한은행 WM컨설팅센터 부동산팀장(세무사)은 “프랑스처럼 과세표준에서 부채나 경비 부분을 빼주고 주택 수가 아닌 가액에 따라 중과하는 것이 납세자 입장에선 합리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정부로서는 그렇게 되면 상당 부분 대출로 집을 산 분들이 많아 시장 안정이라는 정책적 목표와는 다른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종부세 없애거나 부유세로 개편해야
앞서 인수위 측은 “새 정부 출범 후 ‘부동산 세제 정상화를 위한 TF’를 만들어 부동산 세제를 개편하겠다”고 했다. 윤석열 당선인도 대선 기간 “부동산 세제를 부동산 시장의 관리 목적이 아닌 조세 원리에 맞게 개편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종부세 개편과 관련해서는 재산세와 통합하겠다고 공약했다. 종부세는 부유세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재산세에 더한 이중 납부였기에 이를 하나로 합친다는 것이다. 다만 법 개정 사항이어서 우선 시행 가능한 것부터 차근차근 이행해 나갈 것으로 시장은 예상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공정시장가액 비율을 현 수준인 95%로 동결 △세부담 증가율 상한 인한 △차등과세 기준을 보유주택 호수에서 가액으로 전환 등이다.
윤 당선인의 공약은 해외 선진국들의 조세 정책과도 일치하는 측면이 있다.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 등이 펴낸 ‘OECD 통계에서 자산세의 구성과 국제비교’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처럼 전국에 산재한 개인별 보유 부동산 가액을 모두 합산해 누진적으로 과세하는 국세를 가진 나라는 없으며 부동산 보유세는 물건에 매기는 물세인데 종부세는 누가 부동산을 소유하느냐에 따라 세부담이 달라지는 인세”라고 지적했다. 향후 종부세 개편 방향과 관련해선 “종부세를 해제하고 재산세만 운영하는 방향이나 종부세를 부유세로 전환해 부나 소득재분배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