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계신 곳 발전했으면"…‘고향사랑기부’ 건수 11% 증가

올해 기부건수 24.8만...지난해 동기 실적 대비 11% 늘어
10만원 이하 소액기부가 86%…기부문화 조성에도 영향
연말 민간플랫폼 도입 시 기부 편의성·규모 확대도 기대
  • 등록 2024-10-24 오후 5:13:24

    수정 2024-10-24 오후 6:59:15

[이데일리 박태진 기자] 2022년부터 서울에 있는 디자인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임선주(27)씨는 취업 1주년을 맞은 지난해 3월 고향 경남 합천군에 고향사랑기부금 100만원을 기부했다. 초·중·고를 합천에서 다닌 임씨는 평소 자신을 길러준 고향에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던 차에 마침 고향사랑기부제 시행 소식을 듣고 기부를 마음먹게 됐다. 부모님이 살고 계시는 고향 발전에 뜻깊게 사용되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그는 “저를 키워준 고향의 내일이 더 밝아졌으면 좋겠다. 여건이 허락하는 한 앞으로도 매년 기부할 것”이라며 “지방소멸 이야기로 고향의 내일이 어렵다고 하지만, 저처럼 고향을 생각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모이면 지방도 활력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지(45)씨는 서울에서 태어나 대학까지 졸업한 후 현재 세종시에서 공무원으로 일하고 있다. 김씨는 고향사랑기부제가 시행된 작년부터 올해까지 매년 10만원을 전남 영광군에 기부하고 있다. 그 인연은 흥미롭게도 ‘굴비’에서 시작했다. 작년 여름 가족들과 영광으로 휴가를 갔을 때 아이들이 우연히 맛본 굴비 맛에 홀딱 빠진 것이다. 그는 고향사랑기부를 하면 지역에도 도움이 되고 답례품으로 굴비도 받을 수 있다는 얘기에 올해까지 매년 10만원씩 기부를 이어오고 있다.

행정안전부가 작년 1월부터 시행 중인 고향사랑기부제가 순항하고 있다. 시행 첫해인 지난해에는 모금방법 제한 등으로 주목받지 못했지만, 올해 들어 모금방법도 다양해지고 소규모 기부도 눈에 띄게 늘었다.

고향사랑기부제는 주소지 외 지방자치단체(고향 등)에 500만원 이내를 기부하면, 기부자는 답례품과 세액공제를 받는 제도다. 지자체는 주민 복리증진 사업에 해당 기부금을 활용할 수 있다. 열악한 지방재정을 확충하고 답례품 생산·판매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된다는 평가가 나온다.

행안부는 고향사랑 기부금 누적 모금액과 기부 건수가 지난해 동기 수준을 넘어섰다고 24일 밝혔다. 지난 1월부터 이달 23일까지 누적 기부 건수는 24만 8000건으로 전년도 같은 기간 실적(22만3000건)보다 11% 늘었다. 기부 건수가 늘면서 누적 기부금 총액도 325억원으로 전년도 같은 기간(323억원)보다 0.6%(2억원) 증가했다.

올해 누적 모금액은 7월 1일 200억원을 찍은 데 이어 100일 만인 이달 8일에 누적 300억원에 도달했다. 200억원에서 300억원을 달성하는데 120일이 넘게 걸렸던 전년도에 비해 약 20일 이상 빠른 모금 속도다. 행안부 관계자는 “광역 지자체별로 보면 17개 시·도 중 상당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 누적 모금액을 초과했거나 근접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특히 지난해와 비교할 때 10만원 이하의 소액 기부자들이 크게 늘었다. 고향사랑기부제가 점차 기부문화로 자리잡고 있는 모양새다. 금액별 기부 건수 중 10만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이달 23일 기준 86.2%(약 21만건)로 지난해 같은 기간 71.5% 대비 약 15%포인트 가량 증가했다.

행안부는 제도 시행 첫해였던 지난해에는 수백만원 단위의 고액 기부자들이 상대적으로 많았던 것에 비해, 올해는 소액 기부자들이 늘면서 고향사랑기부제가 건전한 기부문화 확산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행안부는 그간 지자체 현장 의견을 토대로 이뤄진 제도 개선에 힘입어 연말 모금액 증가 속도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앞서 행안부가 지난 2월과 8월에 단행한 ‘고향사랑 기부금에 관한 법률’ 개정 및 동법 시행령 개정으로 문자메시지, 향우회·동창회 등을 통한 모금 활동도 허용된 상태다. 또한 연말부터 디지털서비스 개방 사업으로 민간플랫폼을 통해서도 고향사랑기부가 가능해진다. 기부 접점이 확대되고 모금 활동이 활발해질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고기동 행안부 차관은 “고향사랑기부를 더 쉽고 편리하게 할 수 있도록 기부자와 지자체 현장 의견을 반영해 제도 개선을 적극 추진해 나갈 것”이라며 “관심 있는 지역의 특색있는 사업에도 기부가 가능한 만큼 많은 국민의 관심과 참여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강릉시 특별자치과 고향사랑담당과 기업 대관령 송암버섯, 대표, 무진장한과, 미담 등의 관계자들이 지난 7월 30일 강릉역에서 고향사랑기부제 홍보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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