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수수료 개편]'자영업자 위한 수수료인하'…소비위축 부메랑되나

연매출 5억~30억원 가맹점도 '우대'…100개중 93개 대상
30억~500억원 가맹점도 수수료 인하 혜택
소비자 혜택줄고 카드사 적자 불가피
"중산층 자영업자만 위한 대책" 논란
  • 등록 2018-11-26 오후 6:16:50

    수정 2018-11-26 오후 6:16:50

최종구 금융위원장(오른쪽)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카드수수료 개편방안 당정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 금융위원회)
[이데일리 유재희 기자] . 주부 성순희(50)씨의 카드 결제액은 월평균 70만~80만원 수준이다. 이중 대부분이 홈쇼핑에서 상품을 구매한 할부 대금이다. 먹거리나 옷 등을 주로 구매하는 편이지만 TV, 냉장고, 에어컨 등 가전제품도 홈쇼핑을 통해 자주 구매하는 편이다. 12개월은 물론 24개월, 36개월까지 무이자할부 혜택이 있다보니 수백만원대의 가전도 손쉽게 구매해 왔다. 성씨는 이번 카드수수료 인하 조치로 무이자할부 혜택이 사라지거나 크게 줄어들 수 있다는 소식에 “무이자 혜택에 혹해 충동구매한 것도 적지 않은데 앞으로 생활비 줄일 수 있겠다”고 말했다.

. 중소기업에 다니는 윤정훈(40)씨. 윤씨는 빠듯한 살림살이 탓에 문화생활을 맘껏 누릴 수 없지만 카드 포인트를 이용해 아내와 가끔 영화를 보기도 하고, 카드사 할인 이벤트를 통해 여름 휴가철엔 가족들과 워터파크를 찾는다. 올겨울에는 어린 자녀들과 눈썰매장을 갈 생각으로 카드사 이벤트를 기다리는 중이다. 그는 정부가 자영업자를 위해 카드수수료를 인하하는 대신 소비자 혜택이 줄어들 수 있다는 얘기에 “아무리 생각해봐도 자영업자들이 저보다 형편이 나은 것 같은데, 왜 그들만을 위한 정책이 나오는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내년부터 카드사 무이자 할부나 할인, 포인트 지급 등 소비자 혜택이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또는 그 혜택만큼 연회비를 지급해야 한다. 금융당국이 카드사의 고비용 마케팅 구조를 개선해 자영업자의 카드수수료를 인하하도록 하는 방안을 내놨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으로 카드 소비자 혜택이 줄어들면서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는 데다 카드사의 고용 창출에도 저해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수익자 부담 원칙’…소비자혜택 줄여 수수료 낮춘다

금융위원회는 26일 ‘카드수수료 종합개편방안’을 통해 카드사 마케팅 비용 축소 등 원가 구조 개편을 통해 가맹점에 대한 카드수수료 우대구간 및 우대수수료율을 확대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카드사의 과도한 부가서비스를 줄이고, 대형 법인회원이나 대형가맹점에 대한 과도한 경제적 이익제공 등을 제한키로 했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수수료 인하 여력을 연매출 5억~30억원 구간의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우선 정부는 기존 카드상품에 대해 부가서비스 축소를 단계적으로 허용토록하고, 신규 카드상품 출시에도 해당 카드에서 발생하는 직접적 수익에 상응하는 혜택만 제공토록 할 계획이다. 또 백화점식 부가서비스와 복잡한 이용조건을 간소화해 다수의 소비자가 보편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적정 수준의 부가서비스만 탑재토록하고, 다양한 부가서비스가 탑재된 상품은 이에 상응하는 적정 연회비를 지불한 후 이용하도록 약관을 개선키로 했다. 현재 카드 회원들이 연회비의 7배를 넘는 혜택을 누리고 있다는 게 금융위 판단이다.

아울러 대형가맹점에 대해서는 카드사들의 가맹점수수료 수익을 초과하는 마케팅 비용을 지원(대형가맹점 포인트비용 대납 등)하지 못하도록 제한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수익자 부담 원칙을 고려해 혜택과 비용의 합리적 조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한다”며 “마케팅비용 과다지출 구조 개선을 통해 카드사의 건전성을 제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카드업계 관계자는 “이번 대책으로 소비자에게 제공하던 혜택 상당수가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며 “소비자들 불만이 커질 텐데 정부가 이를 어떻게 감당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100개 중 93개 ‘우대가맹점’…카드사 수익 악화 ‘직격탄’

이번 대책의 특징은 연매출 5억원 이하 영세 자영업자에 대한 추가 인하 혜택은 없고, 연매출 5억~30억원의 중산층 가맹점에 혜택이 집중됐다는 점이다. 특히 연매출 30억~500억원 이하의 대형 가맹점에도 수수료 인하 혜택을 주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실제 금융위는 신용카드 우대수수료율 적용 대상을 기존 연매출 5억원에서 30억원으로 대폭 확대키로 했다. 이에 따라 우대 가맹점은 전체 가맹점(293만곳)의 93%인 약 250만곳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연매출 30억~100억원 가맹점에 대해서는 기존 2.2%에서 1.9%로, 100억~500억원 구간은 2.17%에서 1.95%로 인하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5억원 이하 자영업자는 이미 매출세액공제 등을 통해 수수료를 거의 돌려받고 있는 반면 연매출액 5억~30억원 구간의 자영업자는 내수부진과 임대료, 인건비 상승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번 대책은 매출액 5억원 초과 차상위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비용부담을 줄이고 일반 가맹점 간 수수료율 역진성을 해소하는 데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카드사 팔 비틀기와 소비자 혜택 축소를 통해 매월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의 수익을 내는 자영업자까지 수수료 인하 혜택을 준다는 점에서 반발이 예상된다. 실제 한 업계 관계자는 “시장 경제는 무시한 채 목소리 큰 이익집단에 휘둘리는 모양새”라고 비판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도 “정부가 카드사를 공기업으로 보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면서 “이번 조치로 소비자 혜택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 카드업계 고용 불안 문제도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대책에 대형가맹점의 카드수수료 문제가 빠진 것에 대해 업계 불만도 크다. 카드사 노조 관계자는 “불공정한 수수료율 개편의 핵심인 대형가맹점의 카드수수료 문제가 배제된 카드수수료 인하안이 실행될 경우 모든 신용카드사는 적자를 감수해야 하고 노동자들은 거리에 나 앉게 될 것”이라며 “대고객 서비스 및 마케팅을 통제해 비용을 감축하라는 것도 전 국민의 혜택을 줄이라는 것인데 이 경우 되레 소비시장을 위축시켜 가맹점의 매출감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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