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이 서한을 통해 삼성전자(005930)에 선전포고를 한 것은 이미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취했던 방식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삼성은 지난해 5월 26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던 제일모직의 주식 0.35주와 삼성물산 주식 1주를 교환하는 합병안을 전격 발표했다. 그로부터 9일 후인 6월 4일 엘리엇은 삼성물산 지분 7.12%(1112만 5927주)를 주당 6만 3500원에 장내 매수했다고 공시했다.
엘리엇은 당시 ‘경영 참가 목적’이라고 취득 이유를 설명하고 “합병 조건이 공정하지 않아 삼성물산 주주의 이익에 반한다”고 주장했다. 같은날 엘리엇은 현물배당이 가능하도록 정관을 고쳐달라는 요구를 담은 서한을 삼성물산에 보냈다. 이번에 삼성전자에 회사 분할을 요구하며 취한 방식과 판박이다.
엘리엇이 요구한 지배구조 개편과 배당 확대 등은 시장에서도 꾸준히 제기돼 온 사안들이다. 산술적으로는 엘리엇이 요구한 30조원의 특별배당이 이뤄지면 자기 몫으로 1800억원 가량을 가져갈 수 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엘리엇은 삼성전자 주가가 지배구조 이슈로 저평가돼 있다고 판단, 지분 가치를 높이고 배당을 늘리기 위한 주주제안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엘리엇은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임시주총을 앞두고 주주들에게 서한을 보내 압박에 나서는 상황도 예상해 볼 수 있다. 지난해 엘리엇은 삼성SDI와 삼성화재, 국민연금 등에게 주주 이익에 반하는 결정을 하면 배임 혐의로 소송을 걸겠다고 엄포를 놓은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지분 8.7%를 보유한 국민연금 등 국내외 기관투자가들을 압박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엘리엇측이 자신들의 요구가 제대로 수용되지 않을 경우 과거처럼 양측간 법정 다툼으로 확산시킬 공산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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