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 삼성전자 지분 확대 아닌 이익 극대화가 목적인듯

극한 대립 없겠지만 주주 압박 나설 수도
  • 등록 2016-10-06 오후 7:21:51

    수정 2016-10-06 오후 7:21:51

[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삼성전자 이사회에 회사 분할 요구를 포함한 주주제안서를 보낸 가운데 과거 삼성과 엘리엇의 분쟁진행 양상이 다시 회자되고 있다.

엘리엇이 서한을 통해 삼성전자(005930)에 선전포고를 한 것은 이미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취했던 방식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업계에서는 앞으로 벌어질 양측 공방이 과거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벌어졌던 양상과 어떤 차이가 있을지에 주목하고 있다. 엘리엇이 0.62%에 불과한 지분으로 실현 불가능한 30조원 특별배당을 주장하는 상황 등을 미뤄볼 때 극한 대립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낮게 보는 시각이 많다.

삼성은 지난해 5월 26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던 제일모직의 주식 0.35주와 삼성물산 주식 1주를 교환하는 합병안을 전격 발표했다. 그로부터 9일 후인 6월 4일 엘리엇은 삼성물산 지분 7.12%(1112만 5927주)를 주당 6만 3500원에 장내 매수했다고 공시했다.

엘리엇은 당시 ‘경영 참가 목적’이라고 취득 이유를 설명하고 “합병 조건이 공정하지 않아 삼성물산 주주의 이익에 반한다”고 주장했다. 같은날 엘리엇은 현물배당이 가능하도록 정관을 고쳐달라는 요구를 담은 서한을 삼성물산에 보냈다. 이번에 삼성전자에 회사 분할을 요구하며 취한 방식과 판박이다.

다른 부분은 당시에는 엘리엇이 주식 매수를 마침과 동시에 서한을 발송했지만 이번엔 자신들의 요구 사항을 먼저 공개했다는 점이다. 선전포고를 이미 한 상황에서 주식 매수에 나서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에 엘리엇의 의도가 지분 확대에 있지 않고 주가 상승과 배당 확대를 통한 주주가치 극대화에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엘리엇이 요구한 지배구조 개편과 배당 확대 등은 시장에서도 꾸준히 제기돼 온 사안들이다. 산술적으로는 엘리엇이 요구한 30조원의 특별배당이 이뤄지면 자기 몫으로 1800억원 가량을 가져갈 수 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엘리엇은 삼성전자 주가가 지배구조 이슈로 저평가돼 있다고 판단, 지분 가치를 높이고 배당을 늘리기 위한 주주제안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임시주주총회 직전에 공세를 시작한 것도 작년과 닮은꼴이다. 엘리엇은 지난해 7월 17일로 예정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위한 임시주총을 한 달여 앞두고 압박에 나섰다. 이번에도 오는 27일 이재용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과 프린팅솔루션 사업부의 HP 매각을 결정할 임시주총을 3주 가량 남겨둔 상황이다. 그러나 임시주총의 성격이 달라 비교 대상으로 삼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엘리엇은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임시주총을 앞두고 주주들에게 서한을 보내 압박에 나서는 상황도 예상해 볼 수 있다. 지난해 엘리엇은 삼성SDI와 삼성화재, 국민연금 등에게 주주 이익에 반하는 결정을 하면 배임 혐의로 소송을 걸겠다고 엄포를 놓은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지분 8.7%를 보유한 국민연금 등 국내외 기관투자가들을 압박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엘리엇측이 자신들의 요구가 제대로 수용되지 않을 경우 과거처럼 양측간 법정 다툼으로 확산시킬 공산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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