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급락·韓부도위험 상승…'위험신호' Vs '수급문제'

한국물 CDS프리미엄 2개월래 최고치
신흥국 신용위험 떨어지는 데 유독 한국만 상승
원화 가치도 1년반 만에 최저치로 떨어져
외국인 배당 역송금 영향..韓기업실적 악화 우려도
  • 등록 2019-04-08 오후 5:37:12

    수정 2019-04-08 오후 6:37:22

자료=마켓포인트
[이데일리 김정현 기자] 한국의 신용위험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협상이 마무리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아시아 신흥국의 신용 위험은 대체로 하락하고 있는 것과는 정반대 흐름이다. 한국 기업실적 둔화 등 국내 경제에 대한 우려가 커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사상 최저점 찍던 부도위험, 돌연 반등

8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지난 5일(현지시간) 한국 외평채 5년물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전일 대비 0.03bp(1bp=0.01%포인트) 상승한 33.94bp를 기록했다. 지난달 28일(34.52bp)과 29일(34.34bp) 이틀을 제외하면 지난 1월 말 이후 거의 두 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한 달 전(28.39bp)과 비교하면 5.55bp 올랐다.

이는 중국이나 여타 신흥국과도 다른 흐름이다. 중국물 CDS 프리미엄은 한달새(3월5일→4월5일) 46.39bp에서 43.13bp로 하락했다. 베트남의 CDS 프리미엄은 132.93bp에서 127.64bp로 내렸다.

CDS 프리미엄은 부도 혹은 파산 등에 따른 손실을 다른 투자자가 대신 보상해주는 신용파생상품의 수수료를 말한다. 채권을 발행한 국가나 기업의 부도 가능성 또는 신용위험이 높아지면 CDS 프리미엄도 덩달아 오른다. 보험에 가입할 때 사고 확률이 높으면 보험료가 올라가는 것과 같은 이치다.

한 달 전만 해도 한국물 CDS 프리미엄은 역사상 저점을 연일 경신했다. 만성적이던 북한발(發) 지정학적 리스크가 완화됐고, 미·중 무역협상 낙관론도 힘을 얻으면서다. 국내 경제를 휘청대게 할 수 있는 외부 요인이 희석됐다는 해석이 당시 나왔다.

그러나 3월 초를 기점으로 한국물 CDS 프리미엄은 다시 상승하고 있다. 물론 한국물 CDS 프리미엄이 여전히 낮은 수준이지만, 추세가 올라가고 있다는 점이 심상치 않다.

북한 이슈와 대내 경제 불안이 중첩된 결과라는 시각이 많다. 지난 2월말 북·미 정상 간의 ‘하노이 선언’이 불발되면서 북한발(發) 지정학적 리스크가 예상만큼 둔화되지 않았다는 점을 시장은 지적하고 있다.

국내 경제에 대한 우려도 CDS 프리미엄 상승에 영향을 기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기업 실적발표 시즌인 만큼 관련 경계감이 있었던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다. 일례로 삼성전자의 1분기 ‘어닝쇼크’도 국내 경제 비관론을 부추기는데 한몫을 했다.

국제금융센터 관계자는 “미·중 무역협상 낙관론으로 인해 중국 등의 CDS 프리미엄은 하락세를 보였지만 한국 CDS 프리미엄은 상승했다”며 “기업 실적부진 불안감이 영향을 미쳤을 수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원화 가치 돌연 하락..1년6개월來 최저

원화 가치도 떨어지고 있다. 이날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 대비 8.10원 상승한(원화 가치 하락) 1144.70원에 거래를 마쳤다. 2017년 9월 29일(1145.4원) 이후 1년 6개월여 만에 최고치다. 원화 가치가 그만큼 떨어졌다는 뜻이다.

원·달러 환율은 최근 2주 넘게 1130원대 박스권에서 등락해왔다. 지난달 22일부터 지난 5일까지 1130.10~1136.80원 사이를 오르내렸다. 그런데 이날 오후 12시 이후 1140원을 넘어서더니 곧장 1140원 중반대로 치솟았다.

물론 일시적인 요인이 크게 작용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배당 역송금 수요가 주요 원인으로 거론된다. 기업들의 배당이 4월에 집중돼 있는데, 배당을 받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자국으로 송금하려는 수요가 몰리면서 달러 매수, 원화 매도가 갑자기 많아졌다는 설명이다.

달러 강세도 원·달러 환율 상승에 일조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의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간밤 97.306에 거래됐다. 연초 95~96포인트대를 왔다 갔다 했던 것에 비해 상승한(달러화 가치 상승) 것이다.

아울러 노르웨이 국부펀드가 한국 등 신흥국 채권 비중을 줄이기로 한 것도 원·달러 환율 상승에 일부 영향을 줬다는 시각도 있다. 노르웨이 측은 신흥국 채권 비중을 줄이면서 ‘신흥시장 통화’ 리스크를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두언 KB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원·달러 환율 상승재료가 잠재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여기다 노르웨이 국부펀드 이슈까지 더해지면서 환율이 1140원 중반대까지 급상승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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