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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지사는 15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근거 없이 정부정책 때리는 얼빠진 국책연구기관’ 제목의 글에서 “정치적 고려에 의한 것으로 추정되는 일방적 주장을 연구결과라고 발표하며 정부 정책을 폄훼하는 정부연구기관이 아까운 국민 혈세를 낭비하는 현실이 참으로 실망스럽다”며 “정부 정책 훼손하는 국책연구기관에 대해 엄중문책이 있어야 마땅하다”고 밝혔다.
앞서 조세연은 15일 보고서에서 경기도 등에 도입된 지역화폐가 경제활성화·고용창출 없이 부작용만 유발했다고 밝혔다. 대선 유력 후보군인 이재명 지사가 지역 발전의 원동력이라고 도입해 전국으로 확산시킨 지역화폐를 정면 비판한 것이다.
송경호·이환웅 조세연 부연구위원은 이날 ‘지역화폐의 도입이 지역경제에 미친 영향’ 보고서에서 “지역화폐 발행으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는 관측되지 않았다”며 “지역화폐의 발행이 해당 지역의 고용을 증가시켰다는 증거를 찾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지역화폐는 대형마트가 아닌 지역의 소상공인 가맹점에서만 사용이 가능한 재화로 골목경제 활성화를 위해 도입됐다. 올해는 서울·경기·세종 등 229개 지자체가 서울사랑상품권, 경기지역화폐, 인천e음, 여민전 등으로 연간 9조원 규모로 발행하고 있다.
이 지사는 페북에서 “지역화폐는 골목상권을 살리고 국민연대감을 제고하는 최고의 국민체감 경제정책”이라며 “특히 현금 아닌 지역화폐로 지급되는 복지지출은 복지혜택에 더해 소상공인 매출 증대와 생산 유발이라는 다중효과를 내고, 거주지역 내 사용을 강제해 소비집중 완화로 지방경제에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지사는 “지역화폐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가며 계속 확대 시행 중”이라며 “금번 정부재난지원금도 소멸성 지역화폐로 지급돼 그 효과가 배가된 것은 주지의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어 “연구기관이면 연구기관답게 국민을 중심에 두고 정부정책을 지원해야 한다”며 “정부가 채택해 추진 중인 중요 정책에 대해 이재명의 정책이라는 이유로 근거 없이 비방하는 것이 과연 국책연구기관으로서 온당한 태도인지 묻는다”고 밝혔다.
조세연 “지역화폐, 예산낭비 부작용만 남았다”
그러나 연구진은 지역화폐에 대해 “발행 비용, 소비자 후생손실, 보조금 지급으로 인한 예산 낭비, 사중손실(순손실) 등 부작용만 남았다”고 혹평했다.
연구진이 통계청 통계빅데이터센터(SBDC)를 통해 2010~2018년 3200만개 전국 사업체의 전수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역내총생산(GRDP) 1% 규모로 지역화폐를 발행할 경우 동네마트·식료품점 매출만 기존 매출 대비 15% 증가했다. 나머지 업종의 매출 증가는 0%로 나타났다. 동네 구멍가게 매출만 소폭 올랐을뿐 골목상권을 활성화하는데 실패했다는 얘기다.
이는 지역화폐 발행과 관련한 인쇄비·금융수수료(전체 발행액의 2% 수준) 1800억원과 9000억원의 중앙·지방정부 보조금의 경제적 순손실 460억원을 더한 결과다. 경제적 순손실은 수요 공급 곡선에서 수요 형태를 가정한 뒤 보조금이 소비자 후생으로 이전되지 못한 금액을 추산했다.
연구진은 △지역화폐가 소비자 지출을 특정지역으로 가둬 인접 지역의 소매업 매출 감소 △지역화폐를 현금으로 바꾸는 ‘현금깡’ 시장이 형성돼 불법거래 단속비용 증가 △지역화폐가 특정업종에만 몰려 관련 업종의 물가 인상 △대형마트보다 비싼 동네마트 이용으로 발생하는 소비자 후생 감소 △지역화폐가 가맹점이 비슷한 온누리상품권이나 현금의 대체 수단에 그치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송경호 부연구위원은 통화에서 “정부가 관리하는 온누리상품권으로도 소상공인 지원이 가능한데도 지자체가 지역화폐를 우후죽순 발행하는 것은 지역 정치인들의 정치적 목적 때문”이라며 “비효율·후유증이 큰 지역화폐 발행을 축소하거나 통폐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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