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 고광효 소득법인세정책관·조문균 디지털세대응팀장은 △올해 11월 미국 대선 결과 △내년 1월 프랑스와 미국 결정 △내년 중순 OECD 합의를 지목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고 국장은 OECD 재정위원회(CFA) 이사를 맡아 실무 최전선에서 뛰었고 조 팀장은 수년 전부터 디지털세 실무를 맡은 세제실 에이스다. 이들이 3가지 시점을 디지털세 3대 리스크로 꼽은 것은 불확실성이 커 우리나라 기업 부담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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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디지털세 향배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 중 내달 3일 당선자가 나온다. 이경근 법무법인 율촌 세무사(한국국제조세협회 전 이사장)는 “14일 G20 재무장관회의가 있지만 미국은 내달 대선 결과가 나올 때까지 디지털세 합의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 우선주의’를 내건 트럼프가 당선되면 유럽 중심의 디지털세 논의 판을 깰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만약 바이든이 당선돼 판을 깨지 않더라도 유럽 입맛에 맞게 디지털세를 합의할 가능성은 낮다. 14일 G20 재무장관회의에서 승인되는 OECD·G20의 중간보고서 성격인 디지털세 장기대책(pillar 1·2 blueprint)에 따르면 세부 합의에 따라 국가간 희비가 갈릴 내용이 상당하다.
디지털세 관련한 구체적인 적용·제외업종, 매출 기준금액, 이익률, 실효세율 계산 범위 등 구체적 내용이 결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미국은 사실상 구글·아마존·페이스북·애플 등 미국 IT기업들을 겨냥한 것이라며 ‘와인세’ 부과 방침을 밝혔다. 약 24억 달러(약 2조7528억원) 규모 프랑스산 수입품 63개 품목에 최대 100% 보복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것이다. 이후 양국 합의로 프랑스는 디지털서비스세를 올해 연말까지 유예하기로 했다. 당초 올해 연말로 예정된 디지털세 최종 합의 시점까지 연기하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최근 OECD·G20 회원국들이 디지털세 최종합의를 내년 중순으로 연기하면서 미국·프랑스 간 휴전이 계속될지도 불투명해졌다. 트럼프, 바이든 중 누가 당선돼도 ‘미국 중심주의’가 계속될 수 있어, 미국과 유럽 간 세금전쟁이 우려된다.
이경근 세무사는 “디지털세 합의 가능성이 낮아질 것으로 판단되면 프랑스, 영국 등 개별 국가들이 각자 과세권을 행사하려고 할 것이다. 국가별 분쟁이 굉장히 많아질 수 있다”며 “우리 수출기업은 해외에 디지털서비스세까지 내는 이중과세 부담을 떠안을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디지털세 합의해도 韓기업에 불똥 우려
전문가들은 소비자 피해까지 우려되는 만큼 면밀한 대책을 세울 것을 주문했다. 김빛마로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디지털서비스세 도입 시 네이버·다음과 같은 IT 기업에도 세 부담이 커지고 소비자에게 조세 부담이 전가될 수 있다”며 “디지털세는 당장 과세가 안 되더라도 우리 기업경영에 불확실성을 높이는 리스크다. 정부는 OECD 논의에 의견을 적극 개진하고 선제적 대응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디지털 서비스세=프랑스, 영국 등 일부 국가가 이르면 내년부터 글로벌 IT기업을 대상으로 과세를 하는 방식이다. 전 세계적 디지털세 단일안이 나오기 전에 시행되는 ‘단기적 디지털세’ 성격이다.
※디지털세=IT, 제조업 등 다양한 글로벌 기업의 무형 자산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동일하게 과세하는 방식이다. 일명 구글세로 불린다. 무형 자산의 대상·범위, 과세 방식·시기가 확정되지 않아 ‘장기적 디지털세’ 성격을 띠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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