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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빅스텝이 현실화할 지와는 무관하게 이런 언급이 나온 것 자체가 그 만큼 물가 상승 압력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하기에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지고 횟수도 더 늘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에 채권금리도 일제히 뛰었다.
이창용 빅스텝 발언에 금융시장 흔들
이창용 총재는 1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취임 이후 첫 공식 조찬 회동을 가졌다. ‘최적의 정책 조합(Policy Mix)’을 찾겠다는 재정·통화당국 수장의 악수보다 시장의 관심을 더 끈 것은 이 총재의 ‘빅스텝 가능성’ 발언이었다.
이 총재는 “4월 상황까지 보면 50bp 인상을 고려할 필요가 없었는데 데이터가 불확실한 상황이라 앞으로도 빅스텝을 완전히 배제할 수 있다고 말할 단계는 아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와 미국간 금리가 역전될 수 있고 그 역전 폭을 50bp 이상 허용할 것이냐고 묻는 질문이었지만 빅스텝 인상 가능성을 묻는다고 착각해 이 같이 발언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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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총재 발언에 시장 변동성이 커지자 한은에선 이를 원론적인 얘기라고 일축했다. 한은 고위관계자는 “최근 물가 상승률이 크게 높아지고 앞으로도 당분간 물가 관련 불확실성이 지속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통화정책을 결정해 나갈 필요가 있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힌 것”이라고 밝혔다.
빅스텝 가능 여부 의견 분분…금리 압축적 인상 가능성
그러나 우리나라 경제 펀더멘털이 빅스텝을 견디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물가가 지금보다 더 급증하고 경기가 과열되는 우려가 있다면 빅스텝도 가능하다고 생각하지만 금리를 미국처럼 올리면 한국은 상당한 경기 하방압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빅스텝 인상이 물가를 잡기 위해 경기를 위축시킨다는 우려로 비칠 수 있어 오히려 자본 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2.5%로 예측하는데 중국, 유럽의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면 이는 추가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빅스텝이 현실화될 것인지 여부보다는 물가 상승이 그 만큼 심각해 한은의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질 수 있음을 시사하는 메시지로 봐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지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미국처럼 50bp 인상을 할 여력이 되지 않는다. 연말로 갈수록 미국이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지면서 경기 하방 위험이 커질 수 있다”며 “다만 이 총재 메시지로 인해 시장에선 연말까지 기준금리가 2.25%일 것으로 예측했으나 이 수준이 2.5~2.75%로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도 “빅스텝 조정은 경기 위축을 가져올 수 있어 그보단 매 회의마다 25bp 인상에 더 무게를 둔다”고 말했다
김상훈 KB증권 연구원도 “시장에선 2.5%로 기준금리가 오르더라도 그 시점이 내년일 것이란 예상이 많았으나 이 시점이 올해로 당겨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금리 인상 횟수, 속도가 압축적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밝혔다.
물가에 대한 우려가 그 만큼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 13일엔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추 부총리, 이 총재 등이 모여 거시금융상황점검회의를 열고 물가 급등에 대해 경계한 데 이어 이날도 대통령을 포함한 재정·통화당국 수장 모두 물가를 우려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첫 시정연설을 통해 “금리, 물가 등 거시경제 안정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추 부총리와 이 총재 역시 “높은 물가 상승세로 인해 민생 경제 어려움이 확대되고 거시경제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종합적인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