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미영 기자] 정부가 28일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례를 국가장으로 결정하자 진보진졍 시민사회단체들을 중심으로 반발이 공개적으로 터져나왔다.
참여연대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정부가 노태우 씨의 장례를 국가장으로 치르기로 한 건 유감스러운 결정”이라며 “노태우 국가장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참여연대는 “노태우 씨는 12·12 쿠데타 주범이자 5월 항쟁을 피로 진압한 학살자”라며 “가족이 추후 사과했지만 국가에 반역하고 시민들을 학살한 사실은 덮일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정부의 이번 결정은 5·18 광주 민주항쟁을 헌법 전문에 반영해 쿠데타 세력에 의한 학살과 시민저항을 되새겨 역사적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는 정부 입장과도 배치된다”고 꼬집었다.
인권운동사랑방과 천주교인권위원회 등 48개 인권단체들도 공동성명을 내고 “군사독재에 대한 역사의식도 없는 국가장은 반인권적 결정이자 피해자들을 두 번 죽이는 일”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국가기관이 조기를 걸며 세금을 쓰면서 학살자의 죽음을 애도한다는 것은 그의 범죄를 사해준다는 뜻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이들 단체들은 “문재인 대통령이 노태우의 공과를 운운한 것은 인권 의식과 역사의식이 없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것”이라며 “이는 윤석열 국민의 힘 대선예비후보가 전두환 공과를 운운하던 것과 다르지 않다”고 강력 비난했다.
한편 김부겸 국무총리는 노 전 대통령의 장례를 국가장으로 결정한 데 대해 “국가가 최소한 해야 할 의전으로 봐달라”고 호소했다.
김 총리는 이날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가의 위상이랄까 체면이라는 것이 있다. 국민 여러분이 한 번만 이해를 해달라”며 이같이 밝혔다. 김 총리는 “고인이 현대사에서 지울 수 없는 과오가 있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라면서도 “그럼에도 88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러낸 것, 북방정책이라든가 남북기본합의서 체결, 한반도 비핵화 등 한반도 평화를 위한 전환점을 만든 공로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역사적 과오에 대한 사죄, 추징금을 모두 납부한 부분, 자녀와 부인께서 희생자와 유족에 대해 사죄한 부분을 고려했다. 이것도 역사의 굴곡을 넘어가는 하나의 과정이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 [사진공동취재단]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빈소가 27일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가운데 조문객들이 조문하고 있다.
대한민국 제13대 대통령을 지낸 노태우 전 대통령은 26일 최근 병세 악화로 서울대병원에 입원, 의료진의 집중 치료를 받았지만, 끝내 회복하지 못하고 삶을 마감했다.숨졌다. 향년 89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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