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미성년자 여성 등을 협박해 성착취 영상을 만들게 한 뒤 이를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유포한 이른바 ‘n번방’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20대 남성 A씨(닉네임 ‘박사’)가 구속 기로에 섰다. 여성단체들은 A씨의 신상을 공개하고 구속, 엄벌하라고 촉구했다.
| 미성년자 성착취 영상 유포 n번방 사건(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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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법 원정숙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9일 오후 3시부터 이 사건 핵심 피의자인 20대 A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다. A씨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를 받는다.
A씨는 예정된 심사 시간보다 1시간 일찍 법원에 출석했다.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나타난 A씨는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법정에 들어갔다.
A씨는 고액 아르바이트를 구해준다는 글을 미끼로 미성년자 등을 유인해 성착취 영상을 받은 뒤, 텔레그램에서 대화방을 만들어 입장료를 받고 유포해 수익을 얻은 혐의를 받는다.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암호화폐 등으로 이런 영상들을 구입한 남성 가해자들은 26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혐의를 부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경찰은 정황상 그가 n번방 핵심 운영 인물인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지난 18일 새벽 조사를 마치고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머물다 자해를 시도해 병원에 이송됐지만 가벼운 찰과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A씨의 구속 여부는 이르면 이날 밤 늦게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 19일 ‘N번방 성착취 강력처벌 촉구시위팀’이 기자회견을 열고 A씨의 신상을 공개하고 엄벌에 처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김보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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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여성 관련 단체들은 이날 기자회견과 성명서 발표를 통해 A씨 등 사건 관련자들의 강력 처벌을 법원에 요구했다. 익명의 여성단체 회원들로 구성된 ‘N번방 성착취 강력처벌 촉구시위팀’은 법원 근처 한 사무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A씨의 신상을 공개하고 엄중 처벌하라고 밝혔다.
이들은 “A씨는 경찰을 사칭해 피해자들에게 얼굴과 함께 신분증 사진을 찍도록 강요하고, 그렇지 않으면 신상정보를 유포하겠다고 협박했다”며 “피해자들은 신상정보가 모두 공개돼 평범한 일상을 보내기 힘든데 A씨의 신상을 공개하지 않는 건 불합리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n번방 사건이 공론화됐지만 이를 통해 누구나 성도착 범죄를 모방할 수 있게 되기도 했다”며 “법원의 판결과 정부의 노력에 따라 성착취물을 시청한 26만명의 성도착자가 260만명의 성도착자를 만드는 촉진제가 될 수도, 억제제가 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A씨의 검거는 성착취 방조자들에겐 경고의 의미를, 피해자들에게는 당신 잘못이 아니라는 위안의 의미를 갖는다”며 “가해자들의 처벌 촉구는 우리가 할 테니 피해자들은 아무 걱정 없이 일상을 영위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여성변호사회도 성명서를 통해 “텔레그램 성착취 범죄 주동자 검거를 환영한다”며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음란물 제작, 유통 범죄가 뿌리 뽑힐 수 있도록 수사기관과 법원의 지속적인 관심과 준엄한 처벌을 촉구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