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슬기 기자] 끝없는 국제유가 폭락에 유가 변동폭의 3배 이익을 내는 상장지수채권(ETN)이 ‘페니주(1달러 미만의 동전주)’가 되면서 잇따라 상장폐지 수순을 밟게 됐다. 원유의 반등을 예상하고 이들 ETN에 투자한 투자자들도 많아 적지 않은 손실이 예상된다.
|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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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국 증시에 상장된 벨로시티셰어즈 3배 롱 크루드 오일 ETN(VelocityShares 3x Long Crude Oil ETNs·UWT)이 다음달 2일 거래를 마지막으로 청산(상장폐지)된다. 해당 ETN은 S&P GSCI 크루드오일 지수를 추종하는 ETN이며 유가가 오르면 그 상승폭의 세 배 이익을 볼 수 있는 상품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3월 초 이후 지난 20일까지 UWT의 순매수 결제규모만 2651만 799달러(약 337억원)로,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매수한 해외종목 7위(결제액 기준)에 들었을 정도로 많은 거래가 이뤄졌다. 지난 14일부터 20일 한 주 동안의 순매수 결제규모만 따져도 총 988만 7857달러(약 126억원)나 된다.
미국 씨티그룹은 해당 ETN의 상장폐지 이유에 대해 “운용자산(AUM) 하락으로 인한 상장유지규정을 충족하지 못해서 조기청산과 상장폐지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상장유지규정에 따르면 최소 AUM이 5000만달러를 유지하거나 5일 이상 1달러 이상의 종가를 유지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이 ETN은 유가 폭락으로 인해 이달 들어서만 95.6% 하락했고, 지난 16일 이후 5거래일 연속 1달러 미만을 유지 중이다.
씨티그룹은 이 ETN과 짝을 이루는 벨로시티셰어즈 3배 인버스 크루드 오일 ETN(VelocityShares 3x Inverse Crude Oil ETNs·DWT)도 상장폐지 하기로 결정했다. 두 ETN은 다음달 2일 마지막으로 거래가 이뤄지고, 청산대금은 2일 종가를 기준으로 부대비용 등을 제한 뒤 이튿날인 3일 지급될 예정이다.
한편 UBS ETRACS 프로셰어 데일리 3배 롱 크루드 ETN(UBS ETRACS ProShares Daily 3x Long Crude ETN·WTIU) 역시 다음달 9일 부로 청산된다. 다음달 6일 종가를 기준으로 부대비용 등을 제한 뒤 9일 지급된다. 해당 ETN은 블룸버그 WTI 크루드 오일 서브인덱스를 추종하는 상품인데, 3월 들어서만 주가가 96.17%나 떨어지며 지난 16일 이후 5거래일 연속 종가가 1달러를 밑돌았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ETN의 투자자들은 청산될 때까지 기다려 청산시점 종가에 부대비용을 제한 투자액을 돌려받을 수도 있지만, 최종거래일 전에 매도를 통해 투자금을 돌려받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2016년에도 유가 관련 ETN들이 무더기로 청산된 바 있다. 당시 크레디트스위스는 미국 증시에 상장됐던 ‘벨로시티셰어즈 3배 인버스 원유 ETN(VelocityShares 3x Inverse Crude Oil ETN·DWTI)’과 ‘벨로시티셰어즈 3배 롱 원유 ETN(VelocityShares 3x Long Crude Oil ETN·UWTI)’을 2016년 12월 상장폐지 한 바 있다. 당시 원유선물시장에서는 최근 결제 시점이 멀어질수록 선물가격이 높아지는 현상(콘탱고)이 급격하게 나타남에 따라 발행사가 수익을 맞추기 어려워지면서 레버리지가 높은 원유 ETN이 청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