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황이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채권단으로선 추가 자금을 넣어야 할지,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로 전환해야 할지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기업의 회생 가능성 측면에서 보면 STX조선은 법정관리로 전환되는 게 맞지만, 그동안 쏟아부은 4조원 넘는 자금을 감안하면 채권단으로선 쉽지 않은 선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STX조선보다 자산규모가 4배 넘는 대우조선해양에 지원된 구조조정 자금과 맞먹는 규모다.
산업은행은 12일 “STX조선에 대한 안진, 삼일회계법인에 대한 정밀 실사 및 정상화 가능성 검토가 진행되고 있다”며 “실사 결과 및 처리방안은 이달말 이후에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STX조선은 자율협약 기업이지만, 워크아웃 기업과 마찬가지로 기업구조조정촉진법에 준해 2년에 한 번씩 경영정상화 가능성 평가를 점검받는다. 채권단은 실사 결과를 토대로 추가로 자금을 넣을지, 법정관리로 전환할지 여부 등을 검토할 계획이다.
이 때문에 채권단이 2년 반 넘게 4조원의 자금을 지원(1조8800억원 가량은 출자전환)했음에도 자본잠식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STX조선은 6월말 1조8945억원 자본잠식 상태다.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은 지난 2년간 마이너스 2조8000억원을 기록했을 정도로 나쁘다.
문제는 STX조선의 생사를 회생 가능성만 놓고 판단할 수는 없다는 점이다. 법정관리로 전환될 경우 채권단으로선 그동안 지원됐던 자금을 사실상 날리는 셈이기 때문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STX조선이 도저히 살아날 가능성이 없다면 대손충당금을 더 쌓더라도 지원을 중단하는 것이 맞지만, 법정관리로 가면 기존에 짓고 있는 선박 등과 관련해 RG(선수금환급보증) 콜(call) 등이 들어오는 등 손실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대우조선, 성동조선처럼 시중은행들이 발을 빼고 국책은행 중심으로 자금이 투입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실제 STX조선의 차입금 4조원(6월말 현재) 중 산업은행(2조원), NH농협은행(7400억원), 수출입은행(6750억원) 등 국책은행 및 특수은행 비중이 85%에 달한다. 한 구조조정 전문가는 “산은, 수은 등 국책은행이 갖고 있는 익스포져가 많기 때문에 기업 구조조정은 궁극적으로 국책은행의 이슈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