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이 18일(현지시간) 화상회의로 진행된 세계보건총회 개막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WHO 웹사이트 동영상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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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김나경 인턴 기자] 미·중 갈등이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글로벌 협력 체계를 뒤흔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세계보건기구(WHO)를 중국의 꼭두각시라며 영구 자금지원 중단과 탈퇴 카드를 꺼내든 가운데 중국은 WHO 지원금을 대폭 늘리겠다고 밝히는 등 강하게 맞서고 있다.
18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밤 트위터에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WHO 사무총장에게 보낸 4장짜리 서한을 공개했다.
서한에서 그는 “당신과 WHO가 팬데믹(감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대응에서 반복적으로 한 실책 때문에 전 세계가 엄청난 대가를 치렀다는 것은 분명하다”며 “WHO가 앞으로 나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중국으로부터의 독립을 실제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WHO가 향후 30일 내 상당히 실질적인 개선을 하지 않는다면 나는 WHO에 대한 일시적인 자금 중단을 영구적으로 전환하고 WHO 가입도 재고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사태가 예상보다 심각해지면서 WHO에 대한 비난을 거듭해왔다. 지난달에는 자금 지원을 일시적으로 중단하기도 했고, 다시 자금 지원을 하겠지만 규모는 중국과 비슷한 수준으로 낮춰 현재의 10% 수준인 4000만달러만 지원하겠다고 했다. 여기에 한 발 더 나가 지원을 완전히 끊거나 WHO에서 탈퇴하겠다고 압박 수위를 높인 것이다.
미국의 WHO 압박에 구원투수로 나선 것은 중국이다. 이날 열린 WHO 연차총회에 기조연설자로 나선 시진핑 중국 주석은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2년간 20억달러를 WHO에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20억달러가 WHO에 지원된다면 연간 10억 달러, 즉 미국이 기존에 내놨던 연간 4억 달러의 2.5배에 해당하는 금액을 지원하는 셈이다.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글로벌 협력체계의 구심점이 돼야 할 WHO가 오히려 갈등의 장이 되면서 제대로 된 대응이 이뤄지기 어려워졌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이날 미국과 영국, 스위스, 일본 등 의약기술이 앞서 있는 국가들은 코로나19 백신·치료약에 대한 특허권을 공유하자는 WHO의 결의안에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약품에 대한 지적재산권이 인정돼야 혁신이 가능하고 기부와 파트너십을 통해서도 코로나19 백신을 공유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결의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유럽연합(EU)이나 중국, 아프리카 등은 백신과 치료제를 비싸게 공급받거나 제때 충분한 약을 공급받지 못할 수도 있다.
엘런 호엔 암스테르담대학교 교수는 “실제 아프리카 국가들은 에이즈(AIDS) 치료제를 구하는 데 10년이 걸렸다. 그동안 수백만명의 환자들이 죽었다”라며 “부자국가들이 앞줄을 차지하고 나머지 국가들은 결국 스스로 자신을 지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