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D-13]문재인, 호남 못 가나 안 가나

대선주자 선호도 1위인데, 야권 심장부 광주 못 찾아
호남의 반문재인 정서에다 김종인 대표 견제에 막혀
문재인측 “검토하고 있지 않아”… 지지자들 “방문해야”
  • 등록 2016-03-31 오후 4:58:41

    수정 2016-03-31 오후 5:39:03

[이데일리 선상원 기자] 대선주자 선호도 1위를 달리고 있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선거운동 지원에 나섰지만 호남을 찾지 않고 있다. 더민주와 국민의당간에 호남 28석을 놓고 혈투를 벌이고 있으나, 문 전 대표는 수도권과 대구경북, 부산, 충청도에 출마한 후보들만 지원할 뿐이다.

김종인 대표가 1주일도 안돼 2~3일에 다시 전주와 광주를 방문하는 것과는 다른 행보다. 왜 그럴까.

먼저 호남에 넓게 퍼져 있는 반문재인 정서가 발목을 잡고 있다. 국민의당은 새정치실현과 양당체제 혁파를 내세우고 있지만, 지지기반은 더민주에 대한 반감과 반문재인 정서다. 친노 패권주의가 지배했던 더민주가 싫고 지난 2012년 대선 패배에 대한 책임도 지지 않으면서 호남을 홀대하는 문 전 대표가 싫다는 것이 국민의당의 기반이다. 특히 20~30대 젊은층보다 50~60대 장년층이 더 심하다.

이런 여건에서는 문 전 대표가 선거운동 지원에 나서봤자 후보들에게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표가 달아날 수 있다. 더민주 관계자는 “김종인 대표가 지난 주말 광주를 찾아 지역언론사 사장단과 아침을 같이 했는데, 이구동성으로 (문 전 대표가) 오면 안된다고 하더라. 심지어는 외국에 보내라는 사장도 있었다. 반문재인 정서가 상당했다”고 전했다.

김 대표도 문 전 대표의 호남행에 부정적이다. 김 대표는 지난 주말 광주에서 “호남 지역은 여전히 문 전 대표에 대해 의심한다”고 말했다. 호남 민심을 고려한 선거전략으로 보는 분위기가 일반적이지만, 일부에서는 총선 후 행보까지 내다본 김 대표의 견제구라는 해석도 있다. 야권 대선주자가 야권의 심장부인 광주와 호남을 방문하지 못한다는 것은 결격사유에 해당한다. 지지율이 1위 일지라도, 호남이 외면하는 대선주자는 당의 대선후보로 선출될 수 없다.

문 전 대표가 이러한 멍에를 지고 있으면 김 전 대표의 운신 폭이 넓어진다. 내년 대선까지 당을 수권정당으로 변화시키고 경우에 따라서는 본인이 대선에 도전할 수도 있다.

당 안팎의 반대여론에 막혀, 문 전 대표도 선뜻 호남 방문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지원유세 요청이 들어온 곳이 있기는 하지만, 현재 백지상태다.

문 전 대표 측근은 “호남이 어렵다는 것은 야권내의 문제이고, 지금은 어려운 지역을 먼저 다니고 있다. (호남은) 상황을 보고 있는 중이다. 아직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다만, 오는 13일 투표일까지 시간이 남아 있기 때문에 막판 방문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호남의 더민주 지지자들은 문 전 대표가 호남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문 전 대표가 내놓는 메시지와 행동에 따라 호남 현지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광주 더민주 대의원은 “(문 전 대표에 대한) 애증이 있다. 그래도 소위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빼고는 대선주자 지지율 1위인데, 방문해야 한다. 오히려 와서 자기가 잘못한 부분에 대해서, 있다면 사과하고 겸허히 수용을 하겠다. 내려놓을 것은 내려놓고 사과할 것은 사과하고 호남에서 도와줘야 수도권쪽에서도 우리가 이길 수 있다고 호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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