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당선]파랗게 질린 시장…'검은 수요일' 쇼크(종합)

국내 증시 패닉…"예상 빗나가 당황스럽다"
원화 가치 하락…"브렉시트급 이상의 여파"
채권·금·엔화 등 안전자산에 투자심리 쏠려
  • 등록 2016-11-09 오후 5:57:08

    수정 2016-11-09 오후 6:23:49

미국 제45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가 9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의 힐튼 미드타운 호텔에서 수락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정남 경계영 기자] ‘트럼피즘 쇼크’가 결국 현실화하면서 금융시장이 충격에 빠졌다. 이른바 ‘블랙 웬즈데이(검은 수요일)’이다.

시장은 그동안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의 당선 가능성을 가격에 반영했다. 그런데 예상을 깨고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의 제45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시장의 쇼크는 더 커졌다. 가격조정 과정이 더 가팔라진 것이다.

문제는 앞으로다. 지난 6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때처럼 곧바로 반등하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혼란은 커질 수 있다.

국내 증시 패닉…“예상 빗나가 당황스럽다”

9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코스피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2.25%(45.00포인트) 내린 1958.38로 마감했다. 장 초반 클린턴의 당선 기대감에 2015선까지 올랐지만, 이후 개표가 진행되면서 급락했다.

장중 1930선 초반까지 내려갈 정도로 변동성이 컸다.

코스닥지수는 600선 아래로 떨어졌다. 전날보다 24.45포인트 급락한 599.74에서 거래를 마쳤다. 600선 아래로 떨어진 건 지난해 2월10일 592.95를 기록한 이후 처음이다.

이상화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예상을 빗나가 당황스럽다”면서 “공포심리가 시장을 휩쓸고 있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이 정도 패닉장이면 검은 수요일로 부를 만하다”고 평가했다.

아시아증시도 패닉에 빠졌다. 일본 닛케이평균지수는 전장보다 919.84(5.36%) 내린 1만6251.54에 마감했다. 이 정도 낙폭은 지난 6월24일 브렉시트 이후 4개월여 만에 최대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0.6% 하락한 3127.37에 거래를 마쳤다.

유럽 증시는 장 초반부터 하락세다. 이날 오후 5시30분(한국시간) 현재 독일 DAX지수는 전장보다 1.60% 내린 1만314.25에 거래 중이다. 영국 런던의 FTSE100 지수도 0.35% 내린 6816.45에 거래되고 있다. 프랑스 CAC40 지수는 1.32% 내린 4417.62를 나타내고 있다.

서울외환시장 기류도 비슷했다. 원·달러 환율은 14.5원 상승한(원화 약세) 1149.5원에 마감했다. 위험통화인 원화의 가치가 급락한 것이다. 한 시중은행 외환딜러는 “최소 브렉시트급 이상의 여파가 올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대선의 바로미터로 꼽혔던 멕시코 페소화는 트럼프의 당선에 달러화 대비 무려 10.16% 이상 평가 절하되고 있다.

9일 미국 대선 영향으로 코스피지수는 45포인트 하락한 1958.38로 마감한 가운데 서울 중구 을지로 KEB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한 딜러가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채권·금·엔화 등 안전자산에 투자심리 쏠려

위험자산에서 무너진 투자심리는 안전자산으로 급격하게 옮겨왔다. 안전자산인 채권이 대표적이다. 이날 서울채권시장에서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거래일 대비 2.3bp(1bp=0.01%포인트) 하락한 1.402%에 거래를 마쳤다. 채권금리가 내리는 건 채권가격이 오르는 걸 의미한다. 국고채 5년물 금리는 2.1bp 하락한 1.493%에 거래됐다.

장기물도 강세를 보였다. 10년물 금리는 3.1bp 하락한 1.671%에 마감했다. 초장기물인 20년물과 30년물 금리는 각각 3.0bp, 3.2bp 떨어졌다. 50년물은 3.1bp 내렸다.

국채선물시장도 강세였다. 10년 국채선물(LKTBF)은 60틱 오른 130.60에 거래를 마쳤다. 틱은 선물계약의 매입과 매도 주문시 내는 호가단위를 뜻한다. 10년 국채선물은 장중 한때 100틱 이상 오르기도 했다.

금값도 크게 올랐다. 이날 한국거래소(KRX) 금시장에서 금 1g은 전날보다 1940원 오른 4만8930원에 마감했다. 상승 폭은 브렉시트 이후 최대 수준이다.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일본 엔화는 1.47% 평가 절상되며 달러당 103.44엔에서 마감했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금융시장이 제일 싫어하는 게 불확실성인데, 그게 높아질 수 있다”면서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건 힐러리가 당선되는 것보다 우리에게 좋지 않다는 것”이라고 했다.

정책당국 한 고위인사는 “트럼프의 당선을 미처 예상하지 못했고 그 정책 변화도 불확실하다”면서 “시장 변동성이 커질 수 있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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