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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더해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발로 뛰는 유세전’이 먹혀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74세의 고령임에도 대선을 코 앞에 두고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는 악재를 뚫고 하루 2300마일(약 3700㎞)을 이동하며 유세하는 초인적인 힘을 과시했다.
‘샤이 트럼프’ 위력, 이번에 더 컸다
3일(현지시간) AP통신, CNN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6대 경합주 중 최대 격전지로 불린 남부 선벨트의 플로리다에서 51.3%의 득표율로 조 바이든 후보(47.8%)를 눌렀다. 대선 직전까지도 다수의 여론조사는 바이든 후보의 우세를 점쳤던 지역이다.
다른 경합주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앞서고 있다. 선거전문 사이트 리얼 클리어 폴리틱스(RCP)의 집계·분석에 따르면 북부 러스트벨트인 펜실베이니아주, 미시건주, 위스콘신주 등 3개주에서는 바이든 후보의 우세가 점쳐졌는데, 뚜껑을 열어보니 딴판이었다. 특히 대권 향방을 가를 만한 격전지로 불린 펜실베이니아주(64% 개표)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55.8%로 바이든 후보(43.0%)를 무려 13%포인트 가까이 앞서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6대 경합주 중 애리조나주만 바이든 후보가 51.8%를 득표해 트럼프 대통령(46.8%)을 따돌렸다.
러스트벨트의 3개주에서 전망보다 큰 차이로 앞선 점 역시 샤이 트럼프 덕이다. “이번 대선은 지난 2016년 때보다 부동층이 적다”며 이번에는 다를 것이라고 주장했던 주요 여론조사업체들의 말은 결과적으로 틀린 셈이 됐다.
4년 전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샤이 트럼프의 힘을 보고 승리를 점쳤던 기관들은 재조명받고 있다. 여론조사업체 트라팔가르그룹이 대표적이다. 트라팔가르그룹은 지난달 14일 여론조사를 통해 일찌감치 트럼프 대통령의 플로리다주 승리를 점쳤다. 로버트 케헬리 트라팔가르 수석위원은 “대부분 여론조사들은 샤이 트럼프를 놓치고 있다”며 “보수층은 (진보층과 비교해) 여론조사에 참여하기를 주저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대선보다 더 많은 샤이 트럼프가 있다”고도 했다.
여론조사업체 서스쿼해나 역시 비슷한 의견을 냈다. 서스쿼해나 측은 “인종주의자라고 불리는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한다고 말하기를 원하지 않은 유권자가 적지 않다”며 “다른 기관들은 이들을 잡아 내지 못했다”고 했다.
반면 관심을 모았던 ‘히든 바이든’의 존재는 미미했다는 관측이다. 히든 바이든은 코로나19 팬데믹 등으로 트럼프 행정부에 실망한 공화당 지지자들이 바이든 후보를 선택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쓰여 왔다.
막판 초인적인 유세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선전한 힘으로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장에 강한 정치인이다. 열혈 지지층을 현장으로 불러모아 바람을 일으키며 지지율을 높이는 스타일이다. 그는 74세의 고령인 데다 최근 코로나19 확진 판정까지 받으며 우려를 키웠지만, 대선이 다가올수록 주요 경합주를 중심으로 광폭 행보를 펼쳤다.
지난 1일이 하이라이트였다. 그는 당일 오전 워싱턴DC 백악관을 출발한 뒤 미시건주과 아이오와주, 노스캐롤라이나주, 조지아주, 플로리다주 등 남부와 북부의 5개주를 잇따라 찾았다. 마지막 방문지 플로리다에서는 밤 11시에 연설을 시작해 자정을 넘겨서야 일정을 마무리했다. 직선거리로 약 3700㎞를 하루에 다닌 것이다. 서울과 부산간 거리의 10배가 넘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