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4월 29일 오후 서울 강남구 서울무역전시컨벤션센터(SETEC)에서 열린 ‘제12회 서울시 장애인 취업박람회’. 연합뉴스 |
|
[이데일리 이성기 김보영 기자] 1급 장애인 A(23)씨는 지난해 7월 한국장애인고용공단 면접 당시 받은 충격을 잊을 수 없다. 장애인고용공단이니만큼 일반 기업과는 다를 줄 알았지만, 최종 면접 후보에 오른 30여명 가운데 장애인은 자신 한 명뿐이었다. 결국 면접에서 탈락한 A씨는 “겉으로 보이는 장애는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순진했던 것 같다”고 토로했다.
3급 장애인 B(29)씨는 지난 4년간 은행권 취업에 매달렸지만 마지막 관문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B씨는 “결국 장애가 걸림돌이었단 생각을 떨칠 수 없다”며 “공무원 시험 준비로 방향을 돌렸지만 서른이 코앞이어서 마음이 급하다”고 말했다.
| 2015년 4/4분기 장애인 구인, 구직 및 취업 동향. 한국장애인고용공단 |
|
정부의 장애인고용촉진정책에도 불구하고 장애인들이 일자리를 찾기란 여전히 ‘바늘구멍’이다. 장애인 구직자 수는 갈수록 늘고 있지만 취업자 수는 되레 뒷걸음치고 있다. 2014년 기준 전체 고용률은 60.8%인데 비해 장애인 고용율은 37%에 그쳤다.
17일 장애인고용공단의 ‘2015년도 4/4분기 장애인 구인·구직 및 취업 동향’ 통계자료에 따르면 장애인 구직자 수는 1만 923명으로 전년 대비 17.5% 증가했다. 이에 비해 취업자 수는 5962명으로 19.1%나 줄어들었다.
장애인의무고용률도 여전히 지켜지지 않고 있다.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에 따라 상시 50인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주는 상시근로자의 2.7% 이상을, 공기업·준정부기관 등은 상시근로자의 3% 이상을 장애인으로 고용해야 한다. 이를 어길 시 1명당 71만원(2015년 기준)의 고용부담금이 부과되지만 지난해 3분기 기준 고용부담금 징수 업체는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217곳 늘어났다.
그러나 고용부에 따르면 정부 기관을 포함해 615곳(국가 및 공공기관 27곳·민간기업 588곳)이 장애인의무고용률을 지키지 않았다. 장애인을 단 한 명도 고용하지 않은 업체도 45곳이나 됐다. 최근 5년간(2010~2014년)장애인 의무고용 현황을 보면 정부 부문은 2.39%에서 2.91%, 민간 부문은 2.21%에서 2.48%로 증가 추세지만 여전히 의무고용률 기준을 밑돈다.
특히 은행권의 장애인 외면은 심각한 수준이다. 금융감독원의 ‘은행별 장애인 고용현황’에 따르면 작년 상반기 기준 4곳(씨티·KEB하나·우리·신한)은 장애인고용률이 0% 대다. 국책은행은 기업·수출입은행 두 곳만이 간신히 2%를 넘겼다. 지난해 은행권이 지급한 장애인고용부담금은 110억원에 달한다.
장애인협회 관계자는 “고용부가 고용부담금 징수액을 75만 7000원으로 상향 조정했지만 상황이 개선될지는 의문”이라며 “벌금을 얼마로 늘리든 정부와 공공기관이 먼저 나서 장애인 고용 증진에 모범을 보이지 않으면 장애인 고용 문제는 해소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