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특명 내린…소득 주도 성장은 성공할 수 있을까(종합)

文대통령 특명…소득성장특위 출범
홍장표 "선택지 아냐…꼭 가야 할 길"
주류 경제학계 논리 뒤집는 성장론
뭇매 맞았던 가계소득 증대책 외에
중소기업 혁신정책, 특위 중심 설듯
"성장론 아니다"…실효성 논란 지속
'보호 일변도' 中企정책도 난항 우려
  • 등록 2018-09-06 오후 7:19:13

    수정 2018-09-06 오후 7:19:13

홍장표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장이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이마빌딩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문재인정부의 핵심 경제철학인 소득 주도 성장이 본격 닻을 올렸다. 홍장표 전 청와대 경제수석을 위원장으로 한 특별위원회가 6일 출범했다.

문 대통령의 특명을 받은 특위의 방점은 결국 ‘중장기 로드맵’에 있다. “성장론으로 미흡하다”는 주류 경제학계의 비판에 맞서, 자체적인 성장 모델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해야 하는 게 성공의 열쇠다. 이 때문에 가계소득 증대 정책과 함께 양대 축으로 꼽히는 중소기업 혁신 정책이 부각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청년들이 중소기업에 가도록 하는 정책”이 제대로 정착할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론도 적지 않다.

홍장표 “선택지 아냐…꼭 가야 할 길”

홍장표 위원장은 이날 서울 종로구 이마빌딩에서 열린 특위 현판식에서 “소득 주도 성장은 여러 선택지 중 하나가 아니다”며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새로운 정책 발굴과 중장기 로드맵을 제시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꾸준히 가야 하는 길”이라고 거들었다.

특위는 문 대통령이 지난 6월29일 “소득 주도 성장 정책의 중장기적 밑그림을 탄탄하게 그리라”는 특명을 내리면서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에 설립됐다. 문재인정부 성공의 성패가 이 특위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재인식(式) 소득 주도 성장론(income-led growth)은 후기 케인즈학파의 임금 주도 성장론(wage-led growth)을 이론적인 기반으로 한다. 후기 케인즈학파를 꿰뚫는 철학은 유효수요(금전적 지출을 수반한 수요)가 장기 성장도 좌우한다는 것이다. 공급 측면의 생산성 향상이 없다면 ‘장기적’으로는 생산비용 상승 등으로 성장이 더뎌진다는 주류 경제학을 뒤집는 논리다.

홍 위원장은 부경대 교수 시절 논문 등을 통해 “소득 주도 성장은 소득 불평등을 완화시켜 내수시장을 늘림으로써 저성장의 늪에서 탈출하자는 성장 전략”이라고 정의했다. △최저임금 인상을 통한 소득 최저선(income floor) 구성 △가계 생계비 축소 △사회안전망 구축 등이 그 예다. 특히 한계소비성향(추가 소득 중 저축되지 않고 소비되는 금액의 비율)이 높은, 다시 말해 취약 계층의 소득을 정부가 개입해 높여주자는 것이다. 이를 통해 내수 진작→매출 증대→생산 확대→소득 증가의 성장 선순환 고리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주목할 건 또 있다. 홍 위원장이 유독 강조하는 중소기업 혁신 생태계다. 그는 문재인정부 출범 전부터 “대다수 중소기업 노동자와 자영업자의 소득 증진을 제약하는 구조적인 요인들이 존재하는 한 소득 주도 성장의 지속성은 담보될 수 없다”며 “소득 정책과 함께 중소기업의 생산성과 임금지불능력 향상을 추구하는 공급 측면의 중장기 구조개혁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도 “청년들이 중소기업에 가도록 하는 정책을 중점 고민할 것”이라며 “청년들이 중소기업에 갔을 때 현실적으로 느끼는 박탈감이나 불리함을 보상하는 대책을 강구 중”이라고 했다.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이마빌딩에서 열린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 현판식에 앞서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중소기업 혁신정책, 특위 중심 설듯

문제는 그 실효성이다. 최근 뭇매를 맞고 있는 소득 정책의 경우 좋은 점수를 주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홍 위원장은 “최저임금 인상이 반드시 고용 감소를 초래하는 건 아니다”라고 말해왔지만, 현실은 다르다는 게 통계로 증명되고 있다.

소득 주도 성장이 과연 성장론이냐는 의구심도 여전하다. 한국경제학회장을 지낸 조장옥 서강대 명예교수는 “소득 정책의 방향은 반대하지 않는다”며 “그러나 이는 성장을 유인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우선순위가 잘못됐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조 명예교수는 “분배 정책은 선진국에 진입할수록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하지만 독일 등 선진국의 예에서 보듯 경제가 잘 굴러가게 한 다음 추구하는 것이 그에 따른 비용이 적다”고 주장했다. 경제통 김성식 바른미래당 의원도 “(소득 주도 성장은) 성장론이 아니다”라고 했다.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을 산업계의 중심에 놓자는 정책도 ‘장밋빛 미래’가 보장된 건 아니다.

홍 위원장의 논문 등에 따르면 △대기업 노동자의 임금 상승률을 일정 범위 내로 조정하고 이를 중소 협력업체 노동자의 임금 보조에 활용하는 연대임금 체계를 구축하거나 △대기업 이익 중 일부를 기여도에 따라 중소 협력업체에 배분하는 이익공유제를 시행하는 등의 방안이 거론된다. 소비재형 제조업 등의 분야에서 중소기업간 수평적 협력을 장려하는 협업 모델도 언급된다. 납품단가 후려치기, 기술 탈취 등의 현실 속에서 약화된 중소기업의 혁신 역량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 최저임금 이상으로 주류 경제학계의 반발에 부딪힐 가능성이 높다.

한 경제학계 인사는 “중소기업을 살리자는 건 누구도 반대하지 않는다”면서도 “중소기업의 경우 수십년간 보호정책 일변도였는데, 그 과정에서 생긴 좀비기업에 대한 구조조정도 병행돼야 한다”고 했다. ‘인정 욕구’가 강한 우리 사회 특유의 문화도 중소기업 정책의 걸림돌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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