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결정 방식을 바꾼다고 최임위 내 위원의 중립성과 독립성·전문성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특히 이번 개편안에는 업종별·지역별·연령별 최저임금 차등적용 논의가 빠져 있는 부분도 논란거리다.
현재 최저임금은 매년 최임위 내 노동자·사용자·공익위원 대표 각 9명 총 27명이 결정하는 구조다. 지금과 같은 최저임금 결정방식은 1986년 최저임금법이 제정(1988년 시행)된 이후로 32년간 한번도 바뀌지 않았다.
매년 노사 양측이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해 공익위원이 사실상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상황을 반복했다. 올해 최저임금(8350원)을 결정할 때도 최임위 사용자위원이 모두 퇴장하고 근로자위원과 공익위원의 합의로 결정했다.
|
정부는 최임위 내 최저임금 상·하한을 의결하는 구간설정위원회를 신설하는 방안을 내놨다. 이를 두고 구간설정위원회가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제 역할을 할 수 없을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위원회를 또 만들어 이원화 한다는 것은 옥상옥이나 다름없다”며 “위원회를 나눈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크게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구간설정위원회가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구성원의 권리를 제약해 노동계에서 반발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도 “구간설정위원회를 만든다고 하더라도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긴 어렵다”며 “가령 구간을 2~15%로 폭넓게 정하면 다시 최임위에서 결정해야 하는 그런 상황이 나온다”고 말했다.
이번 개편안에 업종별·지역별·연령별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 논의에 대한 고민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 지난해 최임위 전원회의 과정에서는 업종별 차등 적용 방안을 상정해 논의를 진행했다. 그러나 이번 개편안에는 이런 논의를 할 수 있는 조직이 사라진 상태다. 구간설정위는 구간만, 최저임금결정위는 구간설정위에서 제시한 구간 인상률만 결정하는 구조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제 상황을 반영해 최저임금을 다양하게 논의할 통로가 있어야 하는데, 업종별·지역별 차등적용 논의할 역할이 없는 것은 문제”라며 “현실적인 여건이나 경제적 상황 좀 더 반영할 수 있는 시도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정부에서 현재로선 업종별·지역별 차등적용을 고려하지 않는다”며 “만약 국회에서 관련해 법개정의 필요성을 제기한다면 검토해볼 순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임위 공익위원, 순차배제권 도입…“중립성 확보” VS “전문성 결여”
성 교수는 “노사가 반대하는 인물을 지우는 방안이 합리적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이 방안 말고 다른 대안은 많지 않다”며 “이 방식 자체가 중립성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보다는 중립적인 인물을 선정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노사가 반대하는 인물을 지울수록 전문성이 떨어지는 위원이 선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도 있다.
권 교수는 “노동자와 사용자 측에서 각각 불리한 학자들을 배제한다고 하면 비전공자들이 참여하게 된다”며 “최저임금 연구 학자는 이미 성향이 분명하게 알려져 있어 임금이나 노동시장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위원회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다.
이승욱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역시 “우리나라 노동전문가 풀이 워낙 적어 순차배제권을 도입하면 진짜 전문가가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이재갑 고용부 장관은 “순차배제방식은 극단적 관점을 가진 사람을 배제하고 중립적인 전문가로 구성될 것”이라며 “구간설정위원회는 객관적인 데이터를 가지고 논의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노사단체에서 꼭 참여시켜야 하는 사람이 중요하다기 보다 객관적이고 중립적 시각 가진 사람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