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윤종성 기자]
삼성전자(005930)와
현대차(005380),
LG전자(066570) 등 한국 산업을 이끄는 이른바 ‘성장 빅 텐트’가 흔들리고 있다. 안으로는 정치 불안과 대기업을 겨냥한 특검의 전방위 수사로 크게 위축된 데다, 밖으로는 트럼프 미국 신임 대통령이 ‘미국 제일주의’, ‘보호무역’을 내세우며 압박하고 있어서다. 주요 기업들은 커지고 있는 대내외 경영 불확실성을 타개하기 위해 해법을 모색하고 있지만, 뾰족한 수를 찾지 못해 고민이 더 깊어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4일 실적을 발표하면서 “올해 시설투자 계획을 아직 확정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통상 삼성전자는 새해 첫 실적발표회에서 투자 계획을 알려주는데, 대략적인 투자 계획조차 잡지 못한 것이다. 지난해 29조원이 넘는 역대 두 번째 호실적에도 삼성전자가 크게 웃지 못한 이유다.
삼성SDI와 삼성전기 등 삼성의 전자계열사들은 마이너스(-)가 찍힌 ‘암울한 성적표’를 공개했다. 5분기째 적자인
삼성SDI(006400)의 연간 영업손실액은 1조원에 육박했고, 근근이 흑자 기조를 유지했던
삼성전기(009150)는 9분기 만에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현대차 역시 지난해 영업이익은 1년 전보다 18.3%나 급감한 5조1935억원에 그쳤다. 수익성 지표인 영업이익률은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5.5%로 5년새 반토막이 났다.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08년(5.8%)보다도 낮다. 파업 장기화에 따른 가동률 하락과 신흥시장의 수요 부진 등이 맞물린 결과다.
LG전자는 더 암울하다. 지난해 4분기 352억원의 영업손실로 2010년 4분기(-2473억원) 이후 6년 만에 분기 적자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TV와 생활가전 등에서 벌어온 돈을 스마트폰이 다 까먹으면서 고전 중이다.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MC사업부에서만 1조2000억원의 적자가 났다.
한국의 ‘성장 빅텐트’ 기업들은 올해 더욱 악화된 경영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조기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선 마구잡이식 재벌개혁 목소리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탈퇴하는 등 보호무역 수위를 높이고 있다. 환율 리스크(위험)도 커지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생존을 걱정해야 할 만큼 기업을 둘러싼 경영 환경이 악화일로”라면서 “아직 경영계획조차 짜지 못한 기업들이 많은 상황에서 안팎으로 산적한 악재들을 잘 헤쳐나갈 수 있을 지 걱정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