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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일본 총리로 유력해진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을 두고 자민당 내부에서 충성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스가 장관의 눈 밖에 나선 안 된다는 암묵적 인식이 일본 정가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식 출마를 선언하기도 전에 주요 파벌들의 지지를 받으며 ‘스가 내각’의 등장이 사실상 확정되면서 벌써부터 인사 경쟁이 시작된 것이라는 분석이다.
2일 아사히신문은 일본 중앙 관가인 도쿄 지요다구 가스미가세키에서 “모두 스가 정권이 들어섰을 때 찬밥 신세가 될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는 말이 서슴없이 나오는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이런 평가는 스가 장관이 지금껏 자신과 가까운 의원은 입각시키고 대립각을 세우는 의원은 멀리해온 데 따른 것이다.
실제로 스가 장관은 아베 신조 총리 재임 시절부터 자민당 인사에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자민당 내 ‘킹 메이커’로 평가받는 니카이 도시히로 간사장과 한국에서는 ‘펀쿨섹좌’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고이즈미 신지로 환경상이 수혜자로 손꼽힌다. 지난해 9월 개각에서 아베 총리는 니카이 간사장을 기시다 후미오 정조회장으로 교체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하지만 스가 장관이 아베 총리에게 니카이 간사장의 유임을 요청했고, 아베 총리는 이를 받아들였다.
전날 자민당 3대 파벌인 호소다파(98명)와 아소파·다케시타파(각 54명)가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스가 장관 지지를 선언한 것도 이를 의식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무파벌인 스가 장관이 출마를 공식 선언하기도 전부터 전체 국회의원의 과반을 차지하는 5개 파벌의 지지를 확보하며 당선이 사실상 확실해졌기 때문이다. 스가 장관이 총리에 취임한 뒤 내각이나 당 주요 보직을 노리고 서둘러 줄서기에 나선 셈이다.
자민당 내 주요 파벌들이 일제히 스가 장관 지지를 선언하자 그의 경쟁상대들은 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때 아베 총리의 유력한 후계자로 거론되던 기시다 정조회장은 아베 총리가 사퇴 의사를 밝히자 자민당 내 제2파벌인 아소파의 수장 아소 다로 부총리와 회동하며 세력 확보에 나섰다. 총리 사저에도 방문하며 친분을 과시했지만 스가 장관의 출마로 어느 파의 지지도 얻지 못했다.
일본 국민들이 선호하는 차기 총리 1위로 뽑힌 이시바 시게루 자민당 전 간사장 역시도 니카이파의 지지를 받기 위해 손을 내밀었지만 니카이파가 스가 장관에 줄을 서면서 어려운 상황에 부닥쳤다.
한편 벌써 시작된 주도권 다툼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자민당 중견 의원은 아사히신문에 “측근 정치, 담합정치를 국민이 어떻게 볼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기시다파 중진 의원도 요미우리신문에 “총재선거가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파벌 움직임으로 이미 결말이 났다”며 “과거로 다시 되돌아간 자민당의 모습을 국민이 어떻게 볼까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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